김 대 호 ·군서면 신덕정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인익스플랜 대표 ·본사 수도권 지역기자
살아가면서 고향만큼 그리운 것이 없을 듯싶다. 정이 듬뿍 들어있는 고향은 언제나 그립고, 그 정겨움은 세월이가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가슴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고향은, 그리움을 낳는 연속의 향연’이 아닌가 한다. 그리움이 마치 언제나 떠오르는 태양처럼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고향의 정,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더욱 지울 수가 없다. 설령 고향이, 세월이 갈수록 시대를 따라 변해가고 옛 모습을 많이 볼 수 없다 할지라도, 그래도 고향의 정은 세월이 흘러도 떠나 있어도 가슴속 깊이 남겨 있어 그리움은 영원하다. 코 흘리며 뛰어 놀았던 고향의 옛 모습에 대한 항상 향수에 대한 그리움은 떠나지 않는다. 땅거미 지는 저녁 무렵 어머니는 밥을 짓고자 땔감을 지피고, 부지깽이 타는 줄도 모르고 톡톡내는 도마소리가, 굴뚝에 피어난 하얀 연기와 함께 온 마당에 퍼져 일터에 나가 있는 식구들을 모이게 한다.

또한 외양간에서는 누렁이의 여물을 주고자 소죽을 쑤는 아버지가 갈고리로 여물을 뒤집어 김 냄새를 풍기면, 누렁이는 배고픈지 여물통을 뿔로 받으며 여물 달라는 음매소리가 워낭소리와 함께 저녁정적을 깬다. 아래채에서는 꿀꿀거리는 돼지의 몸부림은 아침저녁으로 질러대고, 마당 한편에서는 꼬꼬하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닭과, 꽥꽥하며 소리를 지르는 오리와, 고양이도 배고픈 듯 야옹거리는 시골집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요, 다양한 먹거리를 차리는 뷔페식당이다.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생활공간이다.

그런 다양한 생활공간을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은 정겨움을 낳는, 고향은 그리움의 향연을 언제나 베푼다. 도마소리와 다듬이소리가 마치 난타를 치듯 리듬이 되고, 이랴저랴 하며 논과 밭을 가는 모습, 흰 두건 두르고 김을 매는 모습, 농부가를 부르며 모를 심는 모습, 해가 지도록 골목길을 뛰어 놀던 추억을 낳는 고향의 정은 샘물이 되어 솟아 넘쳐흐른다.

고향의 산내들은 우리에게 놀이터요, 온갖 것 먹을 것이 풍족했던 식품창고요, 자연의 식탁이다. 그런 구불구불한 밭둑길, 논둑길을 걸으며 뛰어놀다가 배고프면 무도 뽑아먹고, 간혹 참외밭을 지나다가 몰래 참외서리를 하거나, 또는 풋보리를 몰래 베어 보리를 구워 손으로 비벼먹기도 했다.

텃밭에 심어 놓은 가지나, 토마토·오이를 따먹거나, 또는 논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고무신에 넣어 놀았던 밭길 논길은 꿈을 꾸게 한 추억의 길이였다. 장에 가신 할머니를 따라 가겠다고 때를 쓰며 울었던, 까까 사온다고 달래며 장에 가신 할머니가 혹시 과자를 사올까? 새 옷을 사 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을입구 저만치 나가 친구들이랑 기다렸던, 그런 어린시절의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요즘은 그런 일들이 예전처럼 그러지는 못하리라. 아니 없을 것이다. 정을 낳고 추억을 안겨주었던 그런 일을 찾아 다시 이루어 볼 수는 없지만, 그때의 여러 모습은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끊임없이 돌아가는 필름처럼, 다시 되살아나 그리움 되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향연이 된다.

고향을 떠나 있어도 고향은 내 가슴을 떠나지 않고 그때의 모양·색깔·냄새·소리를 만들어 내고, 뽐내고, 풍겨내고,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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