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준 ·본지 서호면 지역기자
지난 9일, 30여명의 견학단과 함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선진지라 할 수 있는 경남 남해 앵강다숲마을 다녀왔다. 이번 동행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기본적으로 최근 서호권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 과거 정부주도의 사업추진 행태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서호권역은 한국농촌공사에서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데 마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에 시행해오던 전형적인 기본 틀에 전국의 모든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꿰맞추어 주택정비, 도로확장, 담장 쌓기와 같은 건설부문의 하드웨어에 거의 모든 예산을 편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해서는 각 마을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주민역량 강화교육의 사례를 보면 친환경농산물이 전무한 권역에 대해 친환경농업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유는 전국 모든 권역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똑같다는데 있다.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살기 좋은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식과 역량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부분, 말하자면 마을 주민 삶의 질을 높인다든지, 농산물유통이나 가공식품 개발 또는 농촌체험마을을 통한 소득기반 조성과 같은 사업을 중심축에 두고 시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계획은 대단히 구체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노령화 현상이 뚜렷해 주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전문지식 등 역량 부분은 아직도 많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012년까지가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주민의식이나 역량을 빠른 시일 내에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각 마을별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분야별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마을 별로 농촌지도자나 주민들이 준비된 생각이 없이 한국농촌공사에서 시행하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농촌마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에서 교육을 받고 조직 안에서 일을 해본 귀농인들이 마을 지도자를 하는 곳에서는 자기들이 자체적으로 종합적인 마을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한국농촌공사에 건의도 하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곳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몇몇 마을을 빼고는 거의 틀에 박힌 형태의 사업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지속 가능한 형태의 발전, 즉 하드웨어와 소프웨어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계획과 실행이 있어야 하며, 마을 지도자와 주민들이 소통과 신뢰를 통해 똘똘 뭉쳐서 자기 마을만의 컨셉을 잘 살린 차별화 된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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