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장식 ·시종면 출생(65) ·한양대학교 법정대 졸업 ·국가공무원 퇴직 ·재부산 호남향우회 상임의장 ·15대 김대중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특보 역임 ·아태평화재단 부산경남지부장 역임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 졸업 ·민주평통 동래구 부회장 ·부산광역시 재향군인회 직능대표 회장(현) ·태구종합건설(주) 대표회장(현)
기적은 없었다. 꼬박 스무날의 간절한 기다림 끝에 수병(水兵)들은 주검이 되어 귀환했다. 아니, 모두 다 귀환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바닷속을 떠도는 장병들도 있다. 침묵의 바다를 향한 애끓은 오열과 비통이 온 산하(山河)를 눈물 젖게 한다. 주검으로 돌아온 장병. 흔적없이 사라진 장병. 그들은 남은 가족에게 지을 수 없는 한(恨)과 그리움을 국민들에게는 나라사랑의 숙제를 남긴 채 서해바다의 수호신이 되었다. 그들의 희생 영원히 잊지 않으리. 그날 밤 소리없이 내리는 봄비에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들의 젊음은 그렇게 지고 말았다.

누군가 봄밤은 어둠조차 황홀하다고 했건만 그들은 봄밤의 바다, 그 어둠의 적막 속에서 죽음의 섬광을 맞으며 차디찬 바닷속으로 산화(散華) 해버렸다. 나라를 지켜달라는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나선 그들. 이유야 어떻든 애석하게도 조국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나라의 간성(干城)이 허무하게 스러지자 국민은 허탈의 심연에서 자긍심의 아픈 상처를 삭여야 했다. 남자들의 수다는 군대 이야기에서 가히 절정으로 치닫는다.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의 대한민국에서 남자들은 당연하듯 군대를 갔다 오고 또 그 추억을 자랑스럽게 즐긴다. 지난 몇 달 동안 귀한 아들들을 군대 보낸 가정의 부모님들은 잠자리가 그리 편치 않았을 것이다. 모든 뉴스 매체가 천안함 사고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니, 동계 올림픽 5위 달성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자랑스러워하던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21세기 초반에 오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꼭 100년 전 나라를 잃은 치욕의 역사를 그렇게 썼듯이 말이다.

그러나 희망의 빛도 보았다. 마흔여섯 장병들의 생환을 온 국민이 기원할 때 그들을 찾기 위해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진 이들이 있었다. 오로지 내가 할 일이라는 신념과 의무감으로 나서 해신(海神)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이들 영웅의 숭고한 죽음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장병 가족들의 ‘고귀한’ 결단도 큰 보탬이 되었다. 고인이 된 장병들에 대한 국민적 추도와 엄숙한 장례식, 유족에 대한 위로는 말할 나위 없다. 못 찾은 실종 장병 수색에 최선을 다하는 전우애를 듣고 싶다.

또 다른 무거운 과제도 있다. 참사 이후 정부와 군은 우왕좌왕했고 의혹은 난무했다. 위기 대응 능력의 총체적 부실은 국민들에게 더 깊은 허탈감과 신뢰의 상실감을 안겨줬다. 허탈하고 불안한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위무하며 나라사랑의 국민통합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이뤄내며 군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 또한 과제로 남겼다. 침몰된 선체가 인양되어 사고원인이 점차 밝혀지고 있으나 일반상식에 준하는 일들이 소통되지 못하여 진실이 호도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진실은 우리나라 자유언론과 집단 지성에 의하여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회다. 당사자인 해군, 정치권, 국민 모두 차분하게 사고원인에 따른 다양한 대응 방안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모두는 이 사건을 6·2지방선거, G20정상회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올해의 주요 정치·외교 일정과 연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안함은 서해바다가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속에 침몰했다. 국민영웅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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