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영(영암읍 역리)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12일.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을 가리키며 하루일과를 재촉하고 있다. 그때 아무런 형체도 없는 가느다란 전선을 타고 전화벨이 울린다. “따르릉” “따르릉…”

다급한 전화벨소리가 나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KT&G 영암지점 여직원의 목소리다. “반갑습니다”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윽고 여직원은 “사모님, 이번 겨울에 우리 지점에서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하고자 김장김치 여섯분의 가정에 드릴 양이 있으니 정말 꼭 필요하신 분을 선정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한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봉사단체에서나 하는 줄 알았던 불우이웃돕기가 온 사회에 확산돼 가고 있음을 보니 추운겨울 훈훈한 정을 듬뿍 느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 하시겠다며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도 정말 어려운 분을 택하고자 고심해가며 찾아나섰다. 읍내를 벗어나 오지마을이나 전혀 국가의 행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분을 선정했다. 항상 먼발치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지켜만 보았던 분을 마을이장님이나 어르신네들을 만나 조목조목 알아보고 최선의 선택을 기했다.

그리고 직접 KT&G 지점장님과 과장님을 모시고 동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계시는 할머니를 찾았다. 세차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마다않고 조금 더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추운겨울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말씀을 드렸다.

김장김치를 가슴에 안으신 88세의 홀로 사시는 할머님의 얼굴에는 모처럼만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연로하신 나이에 홀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고도 넉넉하지 못한 시간 때문에 김장김치만 두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질 않았다.

추운 겨울날씨에 오늘도 외롭게 지내고 계실 불우한 우리의 이웃들. 해마다 연말이면 어느 한정된 기간만 이웃을 돌보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새해를 맞아 주위를 살피면서 내 주변에 온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는지 다시 한번 눈여겨보고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면을 통해 KT&G 영암지점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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