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 김용채 고향마을 ‘선명재’서 은거하면서 학문


아래 글을 쓴 해관 김용채(1885-1958)는 좌의정 김국광의 넷째 아들인 김극괴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수사공파 파조)로부터 16대 종손이고 모정 낙남조로부터 11대 후손으로 문장이 뛰어나고 시문(詩文)에 밝은 선비였다. 모정마을 서당인 ‘선명재’에서 수학했으며 글 내용에 나오는 것과 같이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고향마을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여러 선비들과 교류하였다. 그의 부친인 성촌 김현수(醒村 金顯洙)의 뜻을 받들어 제족과 힘을 합해 광산김씨 문각인 사권당을 건립했다. 원풍정에는 기(記)가 두개 걸려 있다. 옛 선인들의 사상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기에 백산 선생의 도움을 받아 원문과 원문해석 전문을 차례로 싣는다.

願豊亭記(원풍정기)
▲ 모정마을 선비인 김용채가 쓴 원풍정기 - 원풍정이라 이름지은 이유와 원풍정의 사계를 시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또한 조정과 저자거리를 싫어하여 한촌에 은거하여 살고 있는 이유를 당당하고 담담한 필체로 설명해 놓았다.
月出山卽靈巖之明山也 慄(石亢)之氣像 磅?之精神 蓄泄地靈聚 止之會(월출산즉영암지명산야 률(石亢)지기상 방박지정신 축설지영취지지회) 庶幾有君子而山之西有湖 湖卽朗州之眉目也 湖左山石之間有一(서기유군자이산지서유호 호즉낭주지미목야 호좌산석지간유일) 銅山 此卽茅亭里之後峯也 其下麓防築上洞中之 人同心合力一(동산 차즉모정리지후봉야 기하록방축상동중지 인동심합력일) 小亭 名之曰願豊也云矣 則別有取焉 士之居鄕産業有二書與農(소정 명지왈원풍야운의 칙별유취언 사지거향산업유이서여농) 也 非書面牆無知 非農穀腹累空 書農之本忠與孝也 孝可移於事(야 비서면장무지 비농곡복루공 서농지본충여효야 효가이어사) 君則忠 忠可以憂世 憂世之誠在於願豊 則登斯亭者豈無觀感而(군칙충 충가이우세 우세지성재어원풍 칙등사정자기무관감이) 興起也哉 其春也東君?節和氣流行東西兮 將有事於田野朝上坪(흥기야재 기춘야동군미절화기유행동서혜 장유사어전야조상평) 而暮下坪 歌東畦而鼓西畦 花間?雲間耕, 草木群生之物 皆有以(이모하평 가동휴이고서휴 화간엽운간경, 초목군생지물 개유이) 自樂 柳岸錦絲 煙鎖有鶯之幕 桃園花色 露濕胡蝶之翔 浮嵐?(자락 류안금사 연쇄유앵지막 도원화색 로습호접지상 부람애) 靄 遠峀重重 灑香雨於漁店 躍銀鱗於沙汀 於是鼓瑟解衣 飽曾(애 원수중중 쇄향우어어점 약은린어사정 어시고슬해의 포증) 點浴沂之樂 臨風把酒 靄希文憂世之情 其夏也祝融司權 長養萬(점욕기지락 임풍파주 애희문우세지정 기하야축융사권 장양만) 物 分草木之敷榮 極流?之煩熱 炎炎火氣 比趙孟之嚴 疊疊奇(물 분초목지부영 극류삭지번열 염염화기 비조맹지엄 첩첩기) 峯雲 入淵明之句 積雨初霽 衆派爭鳴 山蒸蒸而霧生 水溶溶而(봉운 입연명지구 적우초제 중파쟁명 산증증이무생 수용용이) 湖闊 於是蘭坮詠賦 快哉楚襄之風 殿角生凉 愛此唐文之日 其(호활 어시난대영부 쾌재초양지풍 전각생량 애차당문지일기) 秋也金神按節 大地蕭凉百穀用成 列疎篆以征雁 染紅葉以淸霜 (추야금신안절 대지소량백곡용성 열소전이정안 염홍엽이청상) 稻花岸遵 鷺窺游漁之出沒 芳花洲畔 (도화안준 로규유어지출몰 방화주반) 鷗驚釣舟之往來 窓來漁笛 風掃黃埃 天悠悠而益遠 月皎皎而增(구경조주지왕래 창래어적 풍소황애 천유유이익원 월교교이증) 輝 於是踵張翰吳州 飽玉(食會)銀專之味 追蘇仙赤壁 歌明月窈(휘 어시종장한오주 포옥(식회)은전지미 추소선적벽 가명월요)
窕之時 其冬也氣閉窮陰 萬物深藏 百草已零 秀孤松兮幾丈 霜(조지시 기동야기폐궁음 만물심장 백초이령 수고송혜기장 상) 風振地 鳴萬馬之刀錚 雪花飜空 散千重之玉屑 宇宙微茫 山川(풍진지 명만마지도쟁 설화번공 산천중지옥설 우주미망 산천) 蕭瑟 征帆絶於遠浦 瘦骨生於疊暲 於是帝(帶)月尋友 王子猷興(소슬 정범절어원포 수골생어첩장 어시제(대)월심우 왕자유흥) 不盡於山陰 殘梅返魂 林處士骨未膏於湖上 有客江山性癖 市朝(부진어산음 잔매반혼 림처사골미고어호상 유객강산성벽 시조) 違心 寄笑傲於虛閣 翫淸擬於苔磯 黃鶴樓前芳草兼晴川共遠(위심 기소오어허각 완청의어태기 황학루전방초겸청천공원) 騰王閣上落霞與孤鶩齊飛 玆以眼 高九州神遊六合 塵心淨於水檻(등왕각상락하여고목제비 자이안 고구주신유육합 진심정어수함) 世情散於風榻 金鷄唱曉 抱扶桑之紅日 玉兎昇昏 得桂宮之明月(세정산어풍탑 금계창효 포부상지홍일 옥토승혼 득계궁지명월) 快哉聘眺 況若登仙 登覽旣周 蝟然嘆曰 前賢已矣 往事亡羊則(쾌재빙조 황약등선 등람기주 위연탄왈 전현이의 왕사망양칙) 豈非以古視今以今視昔乎 惟願諸君世世勿替此名義 則福滿家而(개비이고시금이금시석호 유원제군세세물체차명의 칙복만가이) 子孫承承名揚世而忠孝綿綿焉(자손승승명양세이충효면면언)

甲戌春三月日 海觀 金容彩 記 東龍 金容湜 書
(갑술춘三月日 해관 김용채 기 동룡 김용식 서)


원풍정기(해석)
▲ 원풍정의 가을 - 팽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월출산은 즉 영암의 명산이다. 가파른 기상과 울퉁불퉁한 기세는 땅의 신령함이 새어나와 쌓이고, 모여 멈추어 만난 것이다. 가까운 곳에 숨은 군자가 있고, 산의 서쪽에는 호수가 있으며, 호수는 낭주(영암)에 아주 가까이 있다. 호수의 좌측에는 산이 있고 우측의 사이에는 하나의 동산이 있으니 이는 모정리의 뒷산이다. 그 아래 기슭에 축대를 쌓아 그 위에 마을이 있다.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힘을 합하여 하나의 작은 정자를 짓고 이름을 원풍이라 부르니, 여기에서 특별히 취함이 있다는 말이다. 선비가 시골에 삶에 산업이라는 두 글자와 더불어 농사이니, 담을 대하는 것처럼 모른 것을 쓴 것이 아니고, 배가 고파서 농사를 말한 것도 아니다. 농사의 근본인 충과 효를 쓴 것이다. 효가 임금을 섬김으로 옮겨가면 충이 되고 충은 세상을 근심하는 것이며 세상을 근심하는 것은 진실로 풍년을 원하는 데에 있으니 이 정자에 오른 사람들이라면, 어찌 보고 느끼며 흥기함이 없겠는가?
그 봄철에는 춘신(春神)이 와서 머무니 동서로 화창한 기운이 유행하고, 장차 들판에서 일을 하려하면 아침에는 지평선 위에 있고 저물면 지평선 아래에 있네. 동쪽 밭두둑에서 노래하고 서쪽 밭두둑에서는 북을 치고(배를 두드리고) 꽃 사이에서 들밥을 먹으며, 구름사이에서 밭을 갈며, 초목과 여러 생물들이 다 스스로 즐거워함이 있다. 버드나무 언덕의 실버들에는 안개가 노래하는 꾀꼬리의 장막을 봉쇄하고, 도원의 꽃에는 이슬이 나는 나비의 날개를 적시네.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는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먼 봉우리는 첩첩히 쌓여있다. 향기로운 비는 어점에 뿌리고 비단 물결은 모래톱에 일렁이누나. 이에 거문고를 뜯고 옷을 벗으면, 기수에서 목욕하겠다던 증점의 즐거움을 본받고 싶고, 바람에 임해 술잔을 들면, 온 세상의 근심을 남 먼저 근심한 범희문(范希文)의 심정을 일으키게 되네.
여름철에는 염신(炎神)이 권세를 맡아 만물을 길러 낸다. 갖가지 초목들은 제대로 발육되고, 혹심한 무더위는 극도로 치열해라. 찌는 듯한 불볕더위는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 조맹의 위엄에 견줄 만하고 첩첩이 솟은 기이한 봉우리의 구름은 도연명(陶淵明)의 시구(詩句)에 들어갈 만하다. 장맛비가 막 개고 뭇 냇물이 앞을 다투어 흐르도다. 산에는 모락모락 안개가 일고, 물은 도도히 흘러 호수가 넓어졌네. 이에 난대에서 시를 읊으니 초 양왕의 바람이 상쾌하고, 전각에 서늘함이 생기니 당 문종의 긴 여름날이 사랑스럽네.
가을철에는 금신이 위세를 부려 대지가 서늘해지고 백곡이 익는다. 기러기는 엉성한 전자(篆字)처럼 줄지어 날고, 맑은 서리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노라. 벼꽃이 핀 언덕 가에는 백로가 출몰하는 물고기를 노리고, 아름다운 꽃 핀 물가에는 갈매기가 오가는 낚싯배에 놀란다. 창문에는 어적 소리 들려오고 바람은 뿌연 먼지를 쓸어 없애노라. 드높은 하늘은 더욱 아득하고 흰 달은 더욱 휘영청 밝네. 이에 장한의 오주를 답습하여, 옥회와 은순의 맛에 배부르고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를 추모하며, 명월가와 요조시를 외운다.
겨울철에는 만물이 깊이 숨고, 온갖 풀들은 이미 떨어져 버리고, 외로운 소나무는 여러 길 우뚝 빼어나도다. 서릿바람은 땅을 울려 만필의 말에서 나는 쇳소리를 내고 눈발은 허공에 나부껴 천 겹의 옥가루를 흩뿌린다. 우주는 아득하고 산천은 소슬하다. 먼 포구에는 오가는 배 끊어지고, 겹친 산봉우리에는 앙상한 돌이 드러난다. 이에 달빛 띠고 벗을 찾아가니 왕자유의 흥이 산음에서 다하지 않았고, 쇠잔한 매화나무에 다시 꽃이 피니 임 처사의 뼈가 호상에서 마르지 않았다.
여기에 강산을 좋아하는 성벽을 지니고 조정과 저자를 싫어하는 마음을 가진 한 나그네가 있도다. 빈 누각에서 오만한 웃음을 웃고 이끼 낀 물가에서 맑은 여울을 구경한다. 황학루 앞에는 아름다운 풀이 맑은 냇물과 함께 멀리 아른거리고 등왕각 위에는 지는 노을이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도다. 이에 안목은 천하에 높고 정신은 우주에 노닐도다. 속된 마음은 물가의 난간에서 고요해지고 속세의 정은 바람 통하는 의자에서 흩어지도다. 금계가 울어 새벽을 알리면 부상 만경의 붉은 물결이 일고, 옥토끼가 어둠 속에 솟아오르면 계수나무 궁의 밝은 달을 얻는다. 상쾌하구나! 사방을 바라보니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이 황홀하도다. 정자에 올라 주위를 두루 돌아보고 나서 한숨을 내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 현인들 떠나 버리니 지난 일들 까마득하구나. 그러니 어찌 옛날로써 현재를 보며 현재로써 옛날을 보겠는가? 오직 제군들이 대대로 이러한 뜻을 바꾸지 말기를 바라며, 그런즉 모든 집들이 복을 얻고, 자손들의 이름이 세상에 드날림이 잇고 이어지고, 충효가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甲戌春三月日 海觀 金容彩 記 東龍 金容湜 書
갑술년<1934> 3월 해관 김용채 기를 쓰고, 동룡 김용식 글을 쓰다.


己丑 季秋 白山 金基俊 拙譯하다.
기축 계추(2009년 가을에) 백산 김기준 졸역하다.
글/사진 김창오 편집위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