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을 기원하는 아름다운 정자 - 원풍정(願豊亭)


영암고을 최고의 달맞이 명소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 깃든 원풍정

▲ 홍련이 핀 원풍정의 여름 - 가야금 명인 한성기 선생이 가야금 연주를 하던 곳이다.
모정마을 동쪽 호수가 언덕에 자리 잡은 원풍정(願豊亭)은 1934년 마을 주민들에 의해 건립되었다. 건물구조는 정·측면 각각 3칸, 골기와 팔작지붕이며 12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12개의 기둥마다 주변 풍광을 읊은 주련(柱聯)이 걸려 있는데, 이를 일컬어 ‘원풍정 12경’(景)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원풍정기’(1934년)를 비롯하여 ‘원풍정축’(願豊亭祝, 1934년), ‘중수기’(1996년), ‘운차’(韻次) 등의 편액이 걸려 있다.

왼쪽에는 씩씩한 기상을 자랑하는 곰솔 두 그루가 우뚝 서 있고, 오른쪽에는 우람한 팽나무 고목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동남쪽으로 너른 호수와 들녘이, 서쪽으로는 마을이, 북쪽으로는 탁 트인 들녘이 자리하고 있다. 사계절 모두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와 둘러보고 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이다. 호수에 비친 월출산 달오름과 해오름은 원풍정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승경중 하나이다.

▲ 원풍정 설경-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원풍정의 겨울
마을 사람들의 원풍정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마을 주민 김학수(87)씨는 원풍정을 지은 내력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원풍정은 한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울력해서 지은 집이여. 그 팍팍하고 힘든 일제치하에 온갖 착취를 당하면서도 정자를 짓기 위해 한푼 두푼 돈을 모았제. 동네 청년들이 농사일을 하고 받은 품삯뿐만 아니라 멀리 덕진 방죽 만드는 데 참가하고 받은 돈까지 적립을 했어. 그 때 동네 주민들이 내놓은 희사금 내역이 소동계책에 다 올라가 있었는데, 아깝게도 6.25사변을 거치면서 소실되어 버렸구만. 그런데 이 원풍정은 알춤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지었어. 울춤은 따로 유선각이 있었으니까 처음 이 집을 지을 때는 참여를 안했지.”

사권당을 지은 도편수가 이 원풍정도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조그맣게 지으려고 했는데 목수가 목재를 더 실한 것으로 준비한 바람에 집이 더 커졌지. 그리고 원래는 나무 기둥이었는데 비바람에 노출되어 아랫부분이 썩는 바람에 밑동을 잘라내고 돌기둥을 받쳤지. 마루도 원래는 나무판재였는데 자꾸 썩으니까 도끼다시를 해버렸제. 지금은 좋은 판재가 많이 나온다고 하니 다시 나무마루로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원풍정 수상(水上)무대서 ‘달맞이 축제’를!

▲ 원풍정에서 바라본 월출산 달오름 - 원풍정에서는 달이 3개 뜬다. 산 위에 뜬 달, 호수에 비친 달, 그리고 보는이의 눈동자에 비친 달이 그것이다.
모정마을 이장인 김상재(58)씨는 원풍정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보다시피 월출산에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려면 바로 이 원풍정에 와야 한다. 예부터 어른들은 원풍정에는 달이 3개가 뜬다고 말해왔다. 월출산 위로 뜬 달, 호수 수면 위로 뜬 달, 바라보고 있는 그대 눈에 뜬 달. 거기다가 술을 한잔 기울이고 있을라치면 술잔 속에 빠진 달까지 합하여 원풍정에는 4개의 달이 뜬다.

원풍정 앞에 있는 호수 위에 조그마한 수상(水上) 무대를 만들어 보름달이 뜰 때마다 ‘달맞이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 마을 주민들은 원풍정 주변을 정성껏 가꾸어 왔다. 보다시피 저수지 둑방길에 철쭉 2만주를 울력으로 심었으며, 원풍정 아래 논에 연을 심었다. 둑방길을 포함한 호수 주변에 산책로를 설치하고 호수 전체를 수변 생태공원으로 가꿀 계획이다. 쌍취정 옛터에 쌍취정을 복원하여 원풍정과 어우러지게 한다면 자연과 전통이 조화를 이룬 멋진 쉼터가 될 것이다.”

▲ 단풍물 들기 시작한 원풍정 가을-모정 저수지에서 바라본 원풍정의 가을
김상재 이장은 계속해서 말한다. “모정 저수지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호수 주변 농지를 우선적으로 친환경농업단지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영암군에서 우리마을 하수종말처리장을 올 여름에 완공하였다. 생활하수가 저수지로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 훨씬 깨끗해졌다. 고풍스런 정자와 깨끗한 호수, 그리고 잘 정비된 산책로와 달맞이 공연과 같은 문화행사가 어우러진다면 우리 모정마을은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품격 높은 문화마을이 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안전한 먹거리와 쾌적한 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농촌 마을도,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품도, 환영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이것을 잘 알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마을 가꾸기에 더욱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글·사진=김창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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