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형 영 (·영암읍 지역기자)


연초록 아기잎들이 산과 들을 수채화로 물들이고 도로가 아스팥트의 열기가 태양의 따스한 빛과 함께 6월의 중순의 날씨를 기록하는 13일, 읍내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마을에 요사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웰빙체험 공간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찾아오게 만드는 개장식이 있다고 하여 눈요기 겸 찾아가 보았다.

시골의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행사장 주변을 메우고 있었고 길 양옆에 심어져 있는 채소며 파랗게 보일 듯 말 듯 한 감나무 등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도시의 사람들. 그 가운데는 시골의 향기에 취해 살면서도 쉽게 나들이 하지 못하는 필자와 같은 시골의 아낙네들을 비롯한 낮이 익은 지역주민들의 얼굴도 적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삼박자가 어우러져 손님맞이에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차안내는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맡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고 음식준비에 손맛을 내면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친절한 안내와 함께 방긋방긋 웃는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폐교가 되어버린 옛 추억이 어린 작은 공간 교실을 찾아 들어갔다.

처음 눈에 펼쳐진 곳은 도예공방과 도자기 전시장이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정성이 깃든 손품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씨름하며 다듬고 만지면서 작품이 탄생했는지 작가의 열정이 절로 느껴졌고 이심전심 감동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꽉 잡아주었다.

정수미 도예가는 지난 2001년 우리고장으로 이주한 타지역 출신이지만, 영암이 좋아서 영암에 반하여 이곳에 살고 있고 이곳에서 평생을 한 공예인으로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작품도 작품이려니와 영암 사랑과 그 넓은 학교를 관리하며 갈아가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본관 건물과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는 2층 건물에서는 한지공방과 천연염색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소중히 한 몫을 할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모양새있게 전시돼 있는 작품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손만 내밀면 금방이라도 내 품에 안겨질 것 같은 모습이다. 역시 아낙네이기에 각종 천연염료로 염색한 우리의 의복에 먼저 눈길이 닿았다. 피부에 직접 접촉되는 잠옷 등과 우리 땅에서 나는 황토로 염색한 침구가 가장 갖고 싶은 품목이었다.

포근하고 아늑한 염색공방에서 천연염색에 대해 김경희 선생님의 많은 설명을 들으면서 섬세하고 꼼꼼한 염색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는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색과 모양도 그렇지만 우리의 몸에 절대로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지공방에 들어가니 우리의 예스런 풍경과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져 전시돼 있는 작은 소품들과 한지로 만들어진 탁자와 화장대, 경첩 등에서는 옛조상의 숨결이 느대로 느껴졌다.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게 비춰지는 한지공예 속에는 염색에서 느꼈듯이 섬세한 여러번의 손길이 간다는 것과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운동장 한켠에서는 서로를 마주보면서 만지고 부수면서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때로는 목청껏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에 여념이 없었고 그 옆에서는 한지 부채에 각자 자기만의 그림과 글을 새겨 넣고 있었다. 멀리 광주에서 왔다는 한 유치원생은 흙이 낮선 듯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치자 염색을 하는 개구쟁의 손이 빨갛게 물들며 저마다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넓은 운동장은 옛날 학교 그대로 흙모래가 반반 섞여져 투호, 제기차기, 굴렁쇠 등의 전통놀이와 배드민턴, 훌라우프 등의 놀이에 흙먼지가 휘날리면서 그 속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40여년 전의 나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이었다.

자녀와 함께,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온 가족과 함께 무엇보다 더 중요한 웰빙을 직접 몸과 마음으로 하는 체험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지역에 자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멋진 공간이 있다는 뿌듯함으로 아쉽게 발길을 돌리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너른마당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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