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 호
·군서면 신덕정 출생
·인익스플랜 대표
·그래픽디자이너
·인테리어, 익스테리어디자이너
·본사 안산시 지역기자


농사를 짓는 농부의 손은 다양한 모양·색깔·소리·냄새·맛을 연출해내는 설치가요, 화가요, 음악가요, 요리사가 아닌가 한다. 쟁기질 해놓은 논바닥을 써레질해 모를 심는 모습에서, 두건을 쓰고 밭을 매는 아낙네에게 이랑을 열어주는 콩잎에서, 논 물꼬에서, 또는 순수 길러낸 농산물에서 모양이 생겨나고, 색깔이 묻어나고, 소리가 나오고, 냄새가 베어나고, 맛이 느껴지는 농부의 손에서 연출되는 ‘농사는 종합예술’이다.

자연스럽게 지형에 따라 구부러진 둑을 하며 황토색과 회색빛을 띄운 각양각색의 모자이크를 한 들녘에 농산물을 가꾼 농사는 비교할 수 없는 표현의 아름다움의 극치와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 명작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늘 보면서도 항상 느끼면서도 가꾸는 사람은 물론, 경치를 봐라보는 순간의 그때뿐인 감탄만 자아낼 뿐 그걸 걸어놓고 싶은 액자로 생각하거나, 관광을 통한 체험 및 건강의 자연치유로 생각하지 않는 그냥 지나치듯이 보고만 마는 농부가 만드는 종합예술을 등한시 해왔지 않나 한다.

산위에서 저 아래 논과 밭을 바라보면 구불구불하게 생긴 지형은 물론, 어쩜 그렇게 농부가 일구며 길러놓은 논과 밭에서 자란 농산물들이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풍경이 아름답고 평온을 가져다줘 감탄을 그칠 길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농촌을 일구는 농부의 농사는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고, 정겨움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내는 ‘종합행위예술’이 아닌가 한다.

파릇했던 어린 벼를 어느덧 자라게 해 황금들녘을 이루게 하고, 마치 노랑물감을 뿌려놓은 듯 노랗게 피어나는 유채밭이나, 또는 화사한 꽃잔치를 벌이던 배나무와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매를 맺게 하고, 또는 살짝 흰 속살을 보이며 매끈한 맵시를 자랑하는 무나, 또는 우리 입맛을 맵게 돋구려한 듯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나, 또는 박이 지붕위에 달 항아리처럼 둥그렇게 얹혀져 있는걸 보면 농부가 지어놓은 농사는 마치 거대한 캔버스를 보는 것 같고, 또는 각종 곡식이나 채소, 과일들로 요리되어 차려놓은 자연을 담는 식탁이 아닌가한다.

농부의 손에 의해 어떤 농사를 짓느냐에 따라서 황량한 들판은 온갖 형태와 색을 입고 그저 무의미하게 생겼다 사라졌다하는 자연이 아닌 희노애락을 느끼게 하거나, 또는 오감을 느끼게 하는 감성의 예술로 태어나 자연에 문화를 담는 자연에 정서가 담아져 있는 테마를 흐르게 한다. 씨앗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부의 농사를 짓는 그 행위나, 여러 모양과 색깔로 길러놓은 식물은 하나하나마다 신비를 자아낸 종합예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정겹고 사랑스런 농촌풍경을 연출해내는 농부의 농사를 예술적 차원으로 문화화해 농사짓는 모습을, 광경을, 풍경을 브랜드화하는 것은 물론, 관광화시켜 농촌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농촌의 풍경은 갤러리이며, 시네마이며, 소설책이며, 시집이다.

또한 건사한 만찬을 차려놓은 식탁은 물론, 차 한잔의 여유를 갖게 하는 차반이요, 또는 단잠을 이루게 하는 침대다. 한 농부의 손과 발, 그리고 정성으로 지은 농사로 인해 우리는 각기 다른 종합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을 해준 창가에 앉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크게 그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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