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일
·재경 낭주중총동문회 회장
·본사 서울지역 기자


영웅은 하늘이 낸다하였습니다. 우리는 하늘이 낸 영웅입니다. 돈을 많이 못 번다고 식구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이 알아주는 번듯한 자리가 아니라고 기죽지 않아도 됩니다.

여태 이룬 것 하나 없이 살아와 허망하다고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는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행적들을 봅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면, 나는 물론 남까지 함께 더럽힐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하루가 닥쳐올 내일이 불안 자체라 삶이 무거워 버겁기만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세상 버리지 않고 버티어 내는 우리는 참으로 용기 있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게다가 누구도 비껴나갈 수 없는 이런저런 사고와 위험에선 더욱 위태롭습니다. 그렇게 거저 주어진 것 없는 세상에서 삶의 지속을 허락받은 우리는 하늘이 허락한 귀한 존재입니다. 많이 배웠으나 어디다 써야할지 몰라 그 배움을 헛되이 만드는 ‘곡학아세’는 정치판에선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좋은 머리로 많이 배워서 기껏 자기 배 채우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이 예사로이 권력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배우지 못해도 꿋꿋이 살아내는 우리는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늘 쪼들려 허덕이면서도 가족을 위해 살림을 꾸려온 우리의 능력은 훨씬 더 위대합니다. 부와 명예의 자리에 올랐어도 오로지 더 많은 부와 더 큰 명예가 목표라는 듯이 경력 내세우기가 우선인 곳에서 굳이 이름 내세우지 않고 냉정하기만 한 삶을 껴안아 보듬는 우리가 진정한 영웅입니다.

숲속의 크고 작은 나무 한 그루처럼 그저 제 몫만큼 있는 힘을 다해 살아내는 우리는 조국을 위해 순국하신 6월의 선열들과 더불어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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