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무위지치(無爲之治)란 “별다른 인위적인 행위가 없는데도 잘 다스려 지는 정치”라는 말로, 중국의 도가(道家)에서 이상으로 삼았던 정치형태였다.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老子)는 성이 이(李)씨이고 이름이 이(耳)라고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지었다고 하는 도덕경(道德經)은 중국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서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노자가 만년에 소를 타고 ‘함곡관’이라는 관문을 나서려 하는데, 그를 숭배하는 함곡관의 관리 윤희(尹喜)가 “저는 선생님을 하늘처럼 받드는 사람입니다. 부디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려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이에 노자가 5천자로 자신의 사상을 정리하여 그에게 주었는데, 이것이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의 사상은 매우 심오하여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유가가 중시하는 윤리도덕이나 법가에서 최고로 가르치는 법과 같은 인위적인 행위규범을 하찮은 것으로 보면서, 오히려 그러한 인위적인 행위규범이 인간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았다.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인간사회에서 윤리도덕이나 법과 같은 행위규범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노자도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윤리도덕이나 법은 인간이 정한 것으로, 그 절대성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자는 법과 같은 인위적인 가치규범을 초월하는 도(道)를 발견하고 거기에 합당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정치도 이와 같아서 통치행위가 도(道)에 합치될 때, 통치를 위한 인위적인 행위나 제도가 없더라도 잘 다스려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왕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다스림이 있어도 다스림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한 정치가 좋은 것이라는 말이다. 윤리도덕이나 법과 같은 유한적 가치규범으로 다스리는 것은 백성을 속이는 정치에 불과하고, 그런 유한적 가치규범을 뛰어넘어 도에 합당한 정치가 펼쳐지면 다스림이 없어도 저절로 잘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엊그제 대선의 광풍이 휩쓸고 간 한국의 정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선거가 끝났지만 가슴 한구석엔 왜 공허감만 밀려올까. 윤리도, 도덕도,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작금의 한국 정치판을 보고 노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앞뒤 볼 것 없이 오로지 경제 살리기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민초들의 절박한 상황. 과연 누구에게 책임질 것인가.

또 역대 선거사상 최저치인 63%의 투표율은 무얼 의미하는가. 민주사회에서 최대의 공적(公賊)은 ‘무관심’이라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청난 홍보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위지치’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국민들은 신바람 나는 정치,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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