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버려진 땅에 유토피아(이상향)를 꿈꾸며, 착실히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마을이 있다. 최근 성공한 귀농인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곳은 영암에서도 산간 오지로 꼽히는 금정면 신유토 마을. 국사봉 7부 능선쯤에 있는 이곳은 한때 ‘빨치산 마을’로 오명이 씌어진 채 오랫동안 버림받은 땅으로 방치됐다.

그러나 서울에서 박말녀씨(53)를 비롯한 3가구 주민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신유토피아의 역사가 시작된다. 박씨가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17년 전, 교통사고로 1급 중증지체장애인이 된 딸아이의 건강과 요양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대도시의 공해와 혼잡스러움이 딸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새로이 정착할 할 곳을 찾다가 2002년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 산 중턱의 황량한 땅이었지만, 박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숙명적으로 이뤄진 인연으로 인해 이듬해부터 끊긴 길이 이어지고 전기가 새로 들어왔다. 무성했던 숲과 잡초도 정리되고 산을 깎아 만든 보금자리도 어렵사리 마련됐다. 하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동네를 새로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웃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도대체, 서울서 무슨 죄를 짓고, 이 산중까지 와서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웃사람들의 쑤군거림은 뙤약볕에 땀 흘리는 것보다 더 힘들게 했던 것이다.

당시 귀농을 결심한 세 가족 모두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었다. 이들 부모들은 장애인 자녀들이 소외된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사는 희망을 꿈꿔온 터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웃주민들의 따가운 시선 탓에 마음까지 멍들어야 했다. 마음은 아팠지만 한 가족이 된 주민들은 곰보배추와 각종 약초를 재배하여 소득원을 개발했다. 그리고 공동기금을 조성해 마을회관과 황토찜질방을 짓는 등 전원마을로 가꿔나갔다. 그 사이 주민들은 10가구 22명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5년 남짓 지켜온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희소식이 전해왔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한 ‘참살기 좋은마을’ 공모에서 전국 최우수마을로 선정된 것이다. 부상으로 10억원의 사업비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최근에 또 상을 받았다. 한 지역방송사에서 주관한 ‘좋은이웃, 밝은동네’ 선정사업에서 으뜸상을 수상하여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게 된 것이다. ‘고난 뒤에 영광’이라 했던가. 뒤늦게 상복이 터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영암군에서도 이곳 마을을 전원마을로 조성, 집중 지원키로 했다. 이 마을 외에도 덕진 영보, 삼호 저두·산호마을 등 4곳을 전원마을로 조성,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구를 늘리고 지역 활성화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영암 사람들마저 고향을 외면하는 고질적인 ‘풍토병’을 먼저 씻어내야 한다. 시기, 질투, 모함 등 내재된 갈등을 쓸어내고 훈훈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온 군민이 나서야 한다.

굳이 귀농 정착금을 내걸지 않더라도 남의 허물도 보듬어 않는 인정 넘치는 풍토가 영암전역에 넘쳐날 때 객지에 나간 출향인부터 고향을 찾아 나설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고 주민간 화합을 해치며 불신만 조장하는 그런 부류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한 ‘우물안 개구리’동네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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