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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고향 영암…언제나 마음 편해”■ 독일인 파울 게하르트 피셔씨
10년 전, 부인과의 ‘영암 살기’ 약속지켜
부인 이숙자씨의 고향 송평리에 새 둥지

독일인 파울 게하르트 피셔(한국명 박보석·70)씨가 부인인 이숙자씨(독일명 숙자 리-피셔·68)의 고향인 영암읍 송평리 평장마을에서 뒷동산을 가꾸며 여생을 설계하고 있다.

피셔부부는 지난 2009년 영암을 방문해 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피셔씨는 독일에서 정년을 마치면 부인의 고향인 영암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부인 이씨가 그와 독일에서 30여년을 함께 했으므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여생을 영암에서 보내겠다고 한 것이 약속처럼 돼버린 것이다.

남편 피셔씨는 독일에서 노동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었고, 40여 년 전 간호사로 파견돼 일했던 부인 이숙자씨는 피셔씨를 만나 국제 결혼한 뒤 독일에서 희망하던 유화를 공부했다. 아버지 이계홍씨는 2002년, 어머니 윤연님씨는 2008년 작고한 터라 딸과 사위가 고향을 지키는 셈이 됐다.

피셔부부는 3년 전 독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과 영암을 오가면서 정원과 텃밭을 조금씩 가꾸면서 올해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부인 이씨는 독일에서 유화를 배운 경험으로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번역과 통역일을 하고, 남편 피셔씨는 영암 사람들과 정을 쌓고 소통하기 위해 독일에서도 한국어 서당에 다녔지만 더 좋은 한국말을 구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 지금은 서툴지만 약간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에는 깃발 게양대를 갖추고 한국, 독일, 그리고 피셔씨가 낳고 자란 고향의 주기(州旗)를 포함 3개의 기가 펄럭이고 있다. 뒷동산의 바위와 소나무는 살리면서 길을 내고 꼭대기에 정자를 만들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피셔씨는 일을 쉴 때면 정자에 않아 월출산과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책장을 넘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자에 오르는 길에는 장인 어른이 심은 밤과 감나무가 있어 중간 중간 조명을 설치하고 텃밭에는 감자와 고구마, 더덕, 콩을 심어 전원생활에 필요한 농사도 배우고 있다.

피셔씨는 “영암에 오면 부인의 고향이라서 그런지 언제나 마음이 편하고 사람들이 인정도 많고 연세가 많은 분들이 농사일에 고생을 하면서도 찌푸리지 않는 표정으로 논과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정겹다”면서 “또 80이 넘은 분들이 몸이 불편해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봤는데 참으로 인상적 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한국은 분단국으로서 인연이 깊으며 독일 사람들은 한국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본국에 있을 때는 남한과 북한이 곧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생각됐지만 여기 와서 보니 평화롭고 생각보다 다르다”면서 한국이 하루빨리 평화로운 남북통일을 이루기를 바랐다.

부인 이씨는 “독일에서 있을 때 남편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내가 가자고 하니 두말없이 와줬다. 지금 농촌에 와서 가끔 힘들 때면 자식들과 고국의 친구들도 곁에 하나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한국에 와서 뭔 고생이냐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항상 함께 해줘서 고맙다”면서 깊은 애정을 내비쳤다. 부부는 슬하에 2남을 두고 있으며, 미국과 스위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피셔부부는 동산 가꾸기가 끝나면 영어도 가능하기에 영암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역 또는 관광해설사 같은 일에 도전할 계획이다. 또한 조만간 피셔씨의 칠순잔치를 열어 독일과 한국의 친구들을 초청해 집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다.

김진혁 기자  zzazzar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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