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석 홍

국가대표 축구를 보면서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낀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월드컵 4위까지 끌어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는 축구선수 기용에 있어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객관적인 선발기준에 따라 발굴 기용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축구장마다 찾아다니며 잠재력을 보고 뽑아서 썼다. 박지성 선수가 대표적 사례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웍을 조성하고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빛나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것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이 젊은 선수들은 축구의 고장 유럽으로 진출하여 후배들의 문까지 열어 주었다.
이를 보면서 축구 감독의 역량에 따라 그 팀의 색깔과 명성이 갈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독은 곧 지도자다.
우리는 많은 조직 속에서 살아간다.
국가라는 거대 조직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 사회단체 등 무수한 조직이 있다.
모든 조직에는 중심인물이 있어 조직을 이끌어 간다.
그가 바로 지도자다.
지도자는 조직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집행을 책임진다.
그의 역량에 따라서 그 조직의 지위와 격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자질과 능력을 구비해야 하며,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청된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경우 그러하다.
정치지도자의 지위는 권한의 범위가 넓고,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며, 국가와 국민의 미래와 운명을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흔히 정치분야가 가장 뒤졌다고 말한다.
우리 국민은 정치지도자만 제대로 만난다면 국가발전에 엄청난 힘을 쏟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우리는 역경 속에서 나라를 굳건히 지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해냈다.
작은 분단국가가 세계 13위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으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 했다.
이러한 나라로 만들기까지는 우리국민의 단합된 힘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하여 헌신할 참다운 지도자를 갈망한다.
정치지도자의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헌신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가를 튼튼히 지키면서 국민을 잘 살게 해달라고 일정기간 위임해 준 공적인 자리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
따라서 정치지도자는 깨끗하고 정직하며 성실히 업무수행에 임해야 한다. 사사로이 자리를 이용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정치이론에 양파 껍질론이 있다.
양파껍질은 여러 번 벗겨야 속이 드러난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라는 말을 쉽게 표명하지만 이 껍질을 벗겨 가면 깊은 속에 다른 뜻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된 지도자는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그래야 선택해 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직위이다.
정치지도자는 조직을 통해 국가경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된다.
널리 인재를 찾아서, 자리마다 적합한 인물을 배치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말로는 탕평을 외치면서 끼리끼리 자리를 나누어 편을 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링컨이 정적까지 포용하여 중책을 맡겨 함께 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들어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라이벌의 의견도, 쓴소리도 들을 줄 아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라이벌도 가까이 해야 한다’면서 이를 실천하여 흑백 화합의 기틀을 다졌다.
정치지도자는 현실인식을 정확히 해야 한다.
지구촌의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 대립, 견제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낀 분단국가로서 나라를 지키면서 국민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확한 좌표를 설정하고 전략적 방책을 수립하여 실행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정치지도자는 결코 순진해서는 안 된다.
허장성세나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와 행태는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는 앞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국가의 앞날을 내다보고 미리 청사진을 마련하여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참을성 있게 이해시키는 설득력도 갖추어야 한다.
나는 집 가까이 있는 공원에 매일 나가 산책을 한다.
봄날 공원에 나가면 꽃들이 만발하여 음산한 마음의 창을 환히 밝혀 준다.
정치지도자는 이 꽃 이파리를 흩날리는 바람이 아니라, 봄 햇살이 되어 국민의 마음을 환히 밝혀주는 꽃들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싶다.

   서호면 장천리
   전 전남도지사
   전 국가보훈처장관
   왕인박사현창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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