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운 열 신북면 용산리 출생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학회 회장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지난 해 말 형제분들이 사시고 부모님산소가 있는 신북면 용산리를 찾았다. 광주 공항에서 내려 신북면 소재지까지 40여 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너무나 잘 닦아진 도로망의 편리함을 만끽했다.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흐뭇함마저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용산에서 신북 정류장까지 걸어서 40분, 신북에서 광주까지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을 덜커덩 거리며 4시간 이상 걸려 다닐 때를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나주 근방을 지나다 밖을 보니 초고층 건물이 올라가 있어 이곳이 시골 맞나 싶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형성된 혁신 도시에 지어진 한국전력 본사 건물이란다. 혁신도시가 지역 경제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개발의 혜택은 별로 없고 도시화로 인하여 혹시 동네가 황폐화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신북면 면소재지에서 형제들을 만나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분위기, 종업원들의 친절함, 음식 맛 및 가격까지 시골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서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필자가 이제 65살이니  형님 누나들은 거의 70이 넘으셨다. 해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이제 자주 이런 모임을 갖자고 모두가 의기투합하신다.
차로 용산을 가니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상념에 잠겨본다. 50년 대 말 신북초등학교를 다닐 때 용산에서 신북까지 아스팔트길이란 꿈속의 이상일 뿐이었다. 겨우 자전거 한 대가 지날 갈 정도의 논두렁길을  10여분 가면 신작로가 시작된다. 거기서 걸어 30여분 가야 신북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나온다. 그런데 이제 버스도 다니는 아스팔트길이다.
이 길은 나에게 불편함의 대상이기 보다는 오가며 책을 읽고 생각을 하게 하는 사색의 길로 기억된다. 앞으로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많은 꿈을 꾸었던 나에게 소중한 스승과 같은 길이었다. 아마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영어 단어의 많은 수도 그 당시 이 길을 걸으며 외었던 것 같다. 매일 4km이상을 걸으며 다진 건강이 오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 생각하고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당시에는 친구들처럼 도시로 유학가지 못해 불평을 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필자가 남프랑스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신은 죽었다’고 설파한 철학자 니체가 다니던 프로방스에 있는 ‘니체의 길’을 찾아보았다. 그 길을 그대로 보전하여 관광 상품화 한 프랑스 사람들 지혜가 어리석게 보이기보다는 현명하다고 느끼는 것이 나의 지나친 사치스러움일까.
개발로 인한 도로망이 잘 갖추어 져 편리함과 신속함의 장점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너무 속도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잊고 사색을 즐기는 여유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너무 효율과 신속함만을 강조한 결과가 오늘 한국사회 많은 문제의 원인이라고 믿어지기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산업화가 늦어져 물질적 풍요로움을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우리 고장이지만 뒤쳐진 산업화의 단점이 인간답게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삶의 질을 향유하며 살 수 있는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옛 길과 동네를 개발만 하지 말고 보존하고 가꾸고 둘레길도 많이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민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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