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6일(제16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최근 이 지역 모 대학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이 눈길을 끈다. 입시생을 둔 학부모는 부부생활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는 이색적인 연구를 내놓았다. 조선대학교 행정복지학부 양성은 교수가 발표한 ‘고3수험생 어머니의 입시준비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최근 불거진 대규모 입시부정과 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논문은 고3 수험생을 둔 40대 중반 어머니 1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고3 수험생을 둔 40대 중반 어머니 1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고3 어머니들은 자녀와의 정서적인 동일체가 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일상생활에 고스란히 반영돼 가사일과 수면시간, 심지어 부부 성관계까지도 자녀 중심으로 편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찌보면 우리가 크게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어왔고, 당연히 치러야 할 홍역쯤으로 여기다 보니 그냥 지나쳐왔을 뿐 별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들이 수험생과 함께 잠에 들고 잠에서 깨다보니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때론 제삿일도 건너뛰어야 한다. 어지간한 집안일도 자식 뒷바라지에 지장이 간다면 뒤로 미루는 건 크게 개의할 일이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수능 이후로’라는 경직된 판단으로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경험한 어머니들은 자식 뒷바라지 부담이 지나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낳고 남편과의 갈등도 자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입시 뒷바라지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부부간의 성관계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고3수험생을 둔 한 어머니의 진심어린 푸념(?)은 우리가 그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망국병’이라 할 수 있는 과외열풍은 어떤가. 젊은 주부들이 자식들의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탈선행각까지 벌이는 세태는 ‘과연 우리들의 삶의 최종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대입수능 부정사건도 마찬가지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만 좋고,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도덕불감증과 그릇된 가치관이 이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시험부정행위 가담자가 무려 광주지역6개 고교에서 140여명에 이른다니 놀랍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무리 우리사회가 부정부패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는 하나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들까지 조직적으로, 그것도 수년째 대물림을 해가며 부정행위를 했다는 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육의 현실이 새삼 한심스럽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脫 영암’ 현상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영암탈출’을 결심한 중3학부모들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영암경제가 무너지고, 인구가 바닥이 나 영암군이 해체가 된다고 한들 탓할 자 아무도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려는 성공 제일주의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한, 또 우리의 비뚤어진 교육관이 고쳐지지 않는 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사건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다같이 반성할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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