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6일(제13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막이 내렸다. 국가적으로는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지역적으로는 왕인문화축제 행사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화창한 봄날, 수많은 관광객과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우리 고장의 최대행사인 왕인문화축제는 벚꽃 개화시기를 놓친 아쉬움이 있었지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널찍하게 새로 조성된 옹인공원은 무엇보다 행사를 진행하는데 여유를 주었고, 고질적인 주차난도 새로 확보된 주차장으로 인해 비교적 원할한 소통을 보였다. 각종 공연이 펼쳐진 주무대는 음향과 조명은 물론 멀티비디오 시설까지 갖춰져 입체감을 더 해주었다.

또 넓은 광장에 마련된 안락한 의자는 관객들에게 보다 편안한 공간이자 쉼터로 이번 행사를 치르는데 한층 격조를 높여주었다. 여기에 갈수록 성숙된 지역민들의 질서의식과 공중도덕은 외지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여겨진다. 흔히들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일컫는 ‘관광산업’은 앞으로 우리 영암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월출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이 그렇고, 그 주변에 둘러 쌓인 수많은 문화유산이야말로 우리 영암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초 자산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돌맹이 하나라도 관광자원화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이웃 일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역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친절은 관광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번 왕인문화축제 때 군서 청년회를 비롯한 각 사회단체들이 보여준 활약상은 앞으로 영암의 위상을 높이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버려진 땅’과 ‘축복 받은 땅’의 차이는 역시 지역민들의 자세에 달려 있음을 되새기게 된다.

왕인문화축제와 함께 선거전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동안 총선 후보자는 물론 주변에서 선거운동에 나섰던 후원자들도 평상심(平常心 )을 돌아가 냉정함을 되찾아야 할 때다. 선거 때만 되면 당사자인 후보들 보다 선거 운동원들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걸 종종 보게 된다. 흔히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때문에 민주주의의 상징인 선거는 축제로 끝나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다 한쪽이 패배하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초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선거 후유증은 예상외로 크고, 오래 남게 됨을 보면서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를, 패자는 승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는 그런 아름다운 선거풍토를 만들어 가야겠다.

누차 강조하는 얘기지만 세상은 엄청나게 급변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의식변화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상을 넓게 보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을 도모하는 선진의식이야말로 우리 영암인들이 시급히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상대 운동원을 서로 적대시하며, 죽기 살기로 뛰어든 그 이면에는 반대급부를 노리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면 서로 누구랄 것 없이 찾아가 화해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드리며, 당선자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지역화합에 앞정서 주길 당부 드린다. 그리고 지역민들도 이제 평상심으로 돌아가 생업에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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