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금정면 출생(68) ·조선대 법정대학 졸업 ·행정부 공무원 퇴직 ·여수국가산단 환경협의회 상임이사·고문 ·동우환경엔지니어링(주) 부회장(현) ·월간 한맥문학 수필·소설 등단 ·한맥문학가협회 부회장·한국문인협회·세계문인협회 회원
남쪽에 사는 89세 아버지에게 북쪽에 사는 69세 아들과 67세와 64세 딸이 60년 만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자리에서 한 서린 울음소리와 함께 방송 전파를 타고 온 누리에 울러 퍼졌다. 2009년 9월 25일, 그날 뉴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비극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념을 빙자한 인간들의 모순을 엿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는 넓다고 생각들 했었다. 몇 달을 걸려 가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달은 우주공간을 좁게 만들었다.?지금은 지구를 가리켜 ‘지구촌’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인류를 ‘지구촌’ 한 가족이라고도 칭한다.

촌은 작은 고장을 일컫는 말이다. 한 가족이란 소집단을 의미한다. 지구촌이라는 말과 걸맞게 불과 몇 시간 하늘을 날다 보면 못 가는 곳이 없이 어디나 간다. 이렇게 멀고도 가까운 곳이 돼, 오고·가는 것, 마음먹으면 어느 때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수도, 갈수도 없는 곳이 한반도의 남과 북이다. 한반도 그 중간에 동서로 철조망을 쳐놓고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갓 태어난 소·돼지가 주인의 손에 끌려 어미도, 새끼도, 또 새끼들끼리도 오·간곳 모르고 헤어져 살아야 하듯, 인간으로 인연을 맺고 태어나 60년 기나긴 세월 생사도 모르고 살다 집권자들의 알량한 배려로 만난자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없어 확인하는 말이었다.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라며 울부짖었지만···알아보기는 무얼 알아 볼 수 있다고 그 대답 뻔히 알면서도 묻는 말이었다.?60년 전 아홉 살, 일곱 살, 네 살짜리 어린 아이들을, 스물아홉 살 젊은 청년이었었던 사람을, 89세 노인이 된 아버지 혹은 노년이 된 자식들 서로가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거나 거짓말일 수밖에···그러려니 하는 마음에서 한번 해보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또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아버지!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저예요.” 확인하는 말소리는 60년 세월동안 쌓이고 쌓인 그리움 그리고 한(恨), 그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울음으로 변해 버렸다.?이산의 아픔, 만남의 아픔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메아리져 울려 퍼졌다.?그런 아픔 속에서도 잠시 만남이 그리워서 “이제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과연 한이 풀리기는 풀린 것인지, 돌아서면 더 많은 한이 쌓일 것을 그래도 그 순간만은 좋아들 한다.

그 아픔! 그것이 결코 이산가족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다. 민족의 아픔이요, 인류의 아픔이다. 그런 아픔이 왜 하필이면 우리민족이, 그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여기서 또 일본 놈들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일제 36년의 강점기가 없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 아니었겠는가. 그런 생각 떨쳐버릴 수가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너도 나도, 남쪽 사는 사람도 북쪽 사는 사람도, 말로는 통일을 외친다. 그 어느 누구도 통일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 하지 않는다. 위정자들일수록 더욱 강하게 통일의 의지를 보인다. 그러면서 통일하지 않는 모순을 보인다. 양 당사자들이 만나 머리 맞대고 진지하게 논해 보지 않는다. 이율배반적, 언행 불일치함을 보여준다.

그래? 언제까지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상봉’이라는 행사를 갖고, 울음바다가 되는 그 광경을 봐야하며, 지구촌을 달구며 애처로워해야 하는 건지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아버지!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저예요.” 해야만 하는 것인지? 우리함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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