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홍        서호면 몽해리​​​​​​  전 목포시 교육장​ 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 전 목포 석현초 교장
이 기 홍  서호면 몽해리​​​​​​  전 목포시 교육장​ 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 전 목포 석현초 교장

실로 오랜만에 혼인 예식장에 다녀왔다. 예식장에있는 한 시간여 동안 내가 여기에 이방인으로 앉아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예식장은 우아했고 세련미가 가득했으나 주례는 없었고 당연히 주례사도 없었다. 

신랑과 신부를 위해 마련한 길을 식이 시작되면서 신랑 부모에 이어 신부 부모가 먼저 걸었다. 그 옛날 부부로 걷던 길을 이제 부모가 되어서 걸으며 신랑신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듯했다. 아버지의 손에 잡혀 들어오던 신부와 신부 아버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신랑이 축가를 불렀다. 신부 아버지가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랑 아버지가 당부의 말과 함께 하객을 향한 감사의 말을 했다. 헷갈리는 생경한 혼인 예식을 보며 그 옛날 내가 했던 예식과 아들딸을 혼인시키며 치러낸 혼인 예식을 돌아보게 됐다. 

도대체 혼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혼인 예식은 무엇을 담기 위해 치러지는 것일까. 쇼 프로그램이나 할 때 울려 나올법한 귀가 아픈 스피커, 예식을 방해할 정도로 느껴지는 촬영 활동, 엄숙함보다는 흥겨움이 흘러넘치는 혼인 예식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소멸하다고 했는데 그래 혼인 예식 풍속도 사라지지 않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혼인 예식을 치르지 않고도 얼마든지 부부가 되는 것이 가능한데도 굳이 예식을 치르는 입장이라면 차제에 혼인 예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짝을 이루는 것은 양과 음이 만나는 것이므로 그 의식의 시각도 양인 낮과 음인 밤의 경계지점인 해가 저무는 시각에 거행하였기에 옛날에는 날 저문 ‘혼’ 자를 써서 혼례(昏禮)라고 했다. 그러던 것이 변해 장가들 혼(婚) 자에 시집갈 인(姻) 자를 써서 혼인례로 변한 것이다. 혼인례는 남성과 여성이 부부로서의 연을 맺을 때 수행하는 여러 가지 의례를 뜻한다. 

이는 두 가족의 연결을 상징하며 두 집안의 결합을 의미한다. 혼인례의 기본 정신을 삼서 정신이라 하는 데, 이는 양가 부모에게 자식의 도리를 다할 것을 서약하고(誓父母), 하늘과 땅의 이치에 순응할 것을 서약하며(誓天地),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신뢰하고 일생을 함께 하겠다는 것을 서약하는(誓配偶) 의식에 담긴 정신을 일컫는다. 절차도 청혼, 허혼, 납채, 연길, 납폐, 대례, 우귀 순으로 진행하며 가장 중요한 대례는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根禮) 순으로 진행한다. 더하여 혼인 예식은 성스러운 의식이기 때문에 신분의 차별이 엄연했던 시대에도 자신의 신분보다 높은 복식과 예식을 국가 차원에서 허락해 주었고, 지배계급이나 왕실의 기분을 내어도 허물로 삼지 않았다.  

주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주례란 공식적인 성혼 선언자이자 부수적으로 예식 자체의 권위를 높여주고 양가 부모와 하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예식 주관자이다. 다시 말해, 예식의 격식을 높여주고 예식에 안정감을 부여해 주는 역할 담당자이다. 주례사를 통해 해주는 인생의 조언과 덕담은 덤이다. 

신부가 아버지의 손에 잡혀 입장해 신랑에게 건네지는 뜻도 살펴봐야 한다. 아버지가 신부의 손을 잡고 신랑에게 건네는 행위는 딸의 보호자로서 마지막까지 동행하며 딸을 해로운 것으로부터 지키고 안전하게 새로운 가정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신랑이 신부의 손을 건네받음은 처가의 딸에서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시에 아버지로부터 축복과 허락을 받고 떠난다는 의미를, 딸의 성장과 독립을 인정하고 격려한다는 의중을 품고 있다. 이런 행위는 또한 인생의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딸이 가족과 헤어지고 집을 떠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혼인례의 정신을 돌아볼 때 과연 변천해가는 대례로서의 혼인 예식 문화가 바람직하게 변해가고 있는가 걱정하게 된다. 성혼을 선언하고 예식의 격조를 높여주고 안정감을 주는 주례가 없어도 괜찮은가를 묻게 된다. 아버지의 손에 잡혀 들어가던 신부가 중간에 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춤을 춰도 괜찮은가를 염려하게 된다. 혼인례의 가장 근본인 삼서 정신만은 결코 변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라면 어떤 장면에서 부모와 하늘과 배필에게 맹세를 굳세게 할 수 있겠는가를 검토하게 된다. 현란한 음악도, 빈번한 촬영도, 소위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는 자급자족형 진행도 다 허용될 수 있겠지만 제발 혼인 예식이 엄숙함과 경건함을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혼인 예식이 너무 가벼워 이혼을 너무 가볍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에 해본 생각이다. 2023년 통계로 인구 1천명 당 이혼 건수가 2.1건으로 이는 아시아 권에서는 최고이고,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참고로 프랑스는 1.9건, 독일은 1.8건, 일본은 1.7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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