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영혼의 도구, 커피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영혼의 도구, 커피'라는 표현은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자기 성찰과 영감을 얻는 도구임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여러 문화권에서 커피가 지닌 역사적, 영적, 상징적 의미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오늘 커피를 마시다가 종이컵에 씌어진 글을 하나 읽었는데.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뭔가 글귀가 참 호감이 되었다.
세상은 늘 소음으로 깨어있다. 사람들은 서두르고, 시계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멈춤의 틈새에 놓인 것은 한잔의 커피. 커피는 단순히 나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게 하는 도구다. 한 모금 머금을 때마다, 세상은 조금 멀어지고 나는 조금 더 선명해진다. 바쁘게 굴러가는 외부의 시간 대신, 커피 속에서는 내 안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 안에서 생각이 가라앉고, 감정이 온도를 찾는다. 커피는 나를 현실로부터 도망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향과 온기는 내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은 영혼을 다독이며 세상과 나 사이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작은 의식, 작은 휴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세상과 나 사이, 그 좁고도 깊은 틈을 연결하는 영혼의 도구로서 한 잔의 커피를.
커피는 인류 역사의 발전의 촉매이고 도구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매개이고 거울이며 각성과 개혁의 촉매제이다. 커피를 통해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해 보면 하나의 발견이자 행복이다. 우리는 커피를 통해 에덴동산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한다. 커피를 통해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의 첫날밤을 엿본다. 커피를 통해 새벽길 상궁 복장을 하고 가마에 오르는 고종의 눈물을 본다. 커피를 통해 1937년 4월 도쿄의 교도소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시인 ‘이상’의 영혼을 만난다. 커피를 통해 인류 역사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데, 왜 커피인문학인가?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의 목적은 첫째는 커피에 대한 교양과 상식의 전달이고, 둘째는 커피를 이야기할 때 달아오르는 기쁨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이야기 소재의 제공이다.
커피를 인문학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앞서 논의한 바처럼 영혼을 일깨우는 각성의 매개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의식적인 행위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명상의 시간이 된다. 예멘의 수피 신비주의자들은 밤샘 기도와 명상을 위해 커피를 마셨고, 이는 커피가 영적 집중과 헌신의 도구로 삼았고 이들은 커피의 각성 효과를 이용하여 신과의 연결을 추구했으며 현대인에게도 커피는 하루를 시작하는 각성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순간이 된다. 커피의 씁쓸하면서도 향긋한 맛을 음미하는 동안, 우리는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외부 세계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둘째, 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도구다. 17세기 영국에서는 '페니 유니버시티(Penny Universities)'라고 불린 커피하우스에서 지식인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새로운 사상을 교환하며 계몽주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에게 커피는 창작 활동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자 집중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어왔고 에티오피아의 전통 커피 의식은 손님을 환대하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이다. 커피를 함께 마시는 행위는 존경과 우정, 그리고 영적인 교감을 상징한다.
셋째, 나 자신과 만나는 성찰의 도구로 평가받는다. 커피 한 잔의 향과 맛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일종의 명상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게 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제공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커피를 마실지를 선택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기도 한다. 특정 원산지나 생산 방식을 중요시하는 등, 커피는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수단이 이미 되었다. 결국, 커피는 쓴맛과 향기로운 풍미가 어우러져 한 잔의 음료를 완성하듯, 삶의 고난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는 바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영혼의 도구'이자, 타인과 깊은 교감을 나누게 하는 '소통의 도구'가 된다.
이처럼 인류를 사로잡은 붉은 열매, 커피의 역사는 발견과 전파, 커피문화 확산과 커피를 통한 무역과 재배 그리고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을 살피면, 인류학의 면면을 전부 살피는 것이라 하겠다. 라이프스타일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요즘에 음식문화, 특히 커피와 차를 즐기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 문화사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욕구, 그 맛과 향기의 정수를 맛볼 만한 전문점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거쳐 이제는 손수 그 맛과 향기를 내어 음미하고 싶어한다.
최근 코로나 3년 차에 테이크아웃을 중심으로 커피를 취급하는 전문점이 저마다 가맹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 ‘맛’이고 제품의 질을 완성할 핵심적 요소가 ‘향기’임을 깨닫고 향기나는 따뜻한 삶들을 살아가는 인생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