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우리는 흙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이 흙에서 자라고 흙이 좋은 바탕에서 생산된 음식이 인간을 건강하게 돌보게 된다. 올해처럼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나고 살인적인 더위도 어떻게 보면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거리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빗물이 흙 속에 저장될 수도 없고 그냥 인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몰아쳐서 인간의 목숨마저 빼앗아 간다. 일명 인간이 만든 온 세상의 이상기후가 인간에게 되갚으므로 다가와 아까운 생명까지 앗아가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부터 순수 민간단체인 ‘탄소중립 흙 살리기 운동본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아 색다르게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다. 흔히들 모든 생명의 원천인 한 줌의 흙은 그 어느 것보다도 소중하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흙 살리기 운동본부를 발족하였다. 우리가 앞으로 의지할 곳은 흙밖에 없다. 흙이 다시 살아야 사람이 살고, 나라가 산다. 우리는 흙 속의 작은 미생물을 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서 지구를 살리는 큰 꿈을 실현하고자 이러한 작은 일을 시작했다.
필자는 오랜 군 생활을 통해 흙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어떤 경우 살기 위해 흙을 이용하여 방호벽을 구축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땅속 깊게 분침호를 만들어 추위를 견디어내기도 하였다. 시멘트가 부족할 때는 흙벽돌을 만들어 건물을 짓기도 하였다. 내무반에서는 진흙으로 만든 페찌카(흙난로)에 더운물로 온도를 높여 잠잘 때 추위를 이겨내곤 했다. 참 고맙고 우리 곁에 항상 같이했던 고마운 흙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흙 속의 미생물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구가 어떻게 버텨낼 수 있겠는지 고민할 시기이지만 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흙은 인류가 뿌리내리고 사는 터전이자 지구 생명체의 원천이다. 인간이 만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흙은 오염되고 침식되어 비옥함을 잊어가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건강한 흙은 점차 죽어가고 있다. 당분간의 생산량은 늘었지만 식량 속에 포함된 영양분은 인간의 생명에게 좋지 않은 성분의 공급으로 갖가지 인간의 모습에 반영되고 있다.
우리 고향에서 자랄 적에 만지고 지냈던 흙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비록, 지렁이가 다니고 거머리가 피를 빨아먹어도 그 흙을 먹고 자란 쌀밥은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흙밭에서 맨발로 농사일 해도 피부가 변하고 가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 모래를 자주 광합성 소독을 하지 않으면 관공서에 민원이 빗발친다.
이러한 배경 속에 탄소중립 흙살리기 운동본부는 2023년도에 발족하였다. 시범적인 지자체로 우리 고향 인접 구례군에서 여러 가지 방안도 제시하고 행사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민간단체의 일회성 행사로 취급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많은 국회의원도 참가하고 사회 전문가, 연예인, 지도층에서도 관심이 높다. 국회 차원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포럼도 개최하여 흙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지혜를 모으고 있다. 금년 9월에는 구례군에서 흙 살리기 박람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현재까지 대두된 흙을 살리는 생활 실천으로 우선되는 방법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운동이다.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그릇을 이용하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며 음식물 쓰레기, 잔반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별로 줄인 양만큼 가점을 부여하는 등 매우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청의 경우 잔반량을 제로화하면 200원을 적립시켜 주어 호응이 좋다.
흙은 우리에게 구세주이다. 흙 속에는 미생물이 매년 130억 톤의 탄소를 저장한다고 한다. 흙 속에는 균근균 사체의 미생물이 거미줄처럼 얽혀 식물의 뿌리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식물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아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흙 속에서도 세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니 신기할 뿐이다.
흙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농작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화학비료 대신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흙을 살리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화학비료는 단기간의 효력을 나타내지만, 유기농 퇴비는 토양 내 유해 물질 축적을 막아 장기간에 걸쳐 지속 가능한 농경을 만들어 퇴비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토양에 영양분을 서서히 반출되어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흙을 살리는 반짝 묘안은 없다. 꾸준한 노력과 우리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도출된 방안으로는 우선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친환경 농업 방식을 촉진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후손 세대에게 흙 보존 교육을 강화함은 물론 지역 간 커뮤니티 기반 실천 확대와 지역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길이다. 이제는 구호성이고 막연한 목표보다는 토양의 건강 지표를 개발하고 기후변화와 토양의 상호작용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마련한다면 흙 살리기 운동의 확산은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우리 고향에도 이러한 운동이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