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포 역사 스토리를 활용한 야간특화 콘텐츠 개발해야
월출산 벚꽃 백 리 길[194] ■ 구림마을(104)
다목적 힐링 휴식 공간
상대포 역사공원은 아름다운 목교와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야간 조명시설, 수상 공연장, 맨발 걷기 산책로까지 완공되어 다목적 힐링 휴식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주·야간 방문 자체에는 제약이 없다. 인근에는 왕인박사 유적지, 도기박물관, 2200년의 역사를 가진 구림마을 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한옥 숙박시설인 '구림한옥스테이'가 새로운 모습으로 조성되어 체류형 관광을 위한 기반도 마련되었다.
이러한 시설들은 개별적으로는 가치를 지니지만, 공원·박물관·마을·숙박시설이 하나의 유기적인 '관광 네트워크'로 기능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보인다. 방문객들은 각 명소를 따로 방문할 뿐, 이들을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간에는 이 같은 단절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야간 경관조명 설치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주간에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한 관광객이 저녁까지 공원에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하고, 숙박객 역시 야간에 즐길 거리가 없어 외부에서 소비 활동을 하거나 숙소에만 머무르게 된다. 이는 각 자원이 가진 잠재적 시너지를 상실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빛'과 '콘텐츠'의 불일치
현재 상대포 역사공원에 설치된 화려한 조명은 '볼거리'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으나, 그것이 방문객을 공원에 오래 머물게 하거나 재방문하게 만드는 동기는 되지 못한다. 조명 자체는 현란하고 매력적이지만, 관람객이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면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한다.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한 '달빛을 품고, 영암을 누비다' 같은 이벤트가 개최되고, 왕인문화축제 때 '월인천강'이나 '낙화유수' 같은 실경 공연이 시도된 사례는 있지만, 이러한 행사는 단기간 또는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가끔 가볼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뿐, "늘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단기적 이벤트 중심의 접근 방식은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체류형 관광 인프라의 미비
야간 관광객 유치의 핵심은 '체류'를 통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포 역사공원 주변의 인프라는 이러한 체류형 관광을 뒷받침하기에 매우 미흡하다. 공원 내에는 매점이나 식당 같은 편의시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인근 구림마을의 식당들조차 주말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 상대포 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카페가 몇 개 있지만, 저녁에 일찍 문을 닫는다. 이처럼 야간에 소비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권이 부재한 상황은 상대포의 화려한 야간 조명에 이끌려 온 잠재적 방문객의 소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는 결국 방문객들이 공원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발길을 돌리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여 '야간 공동화'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있다.
유기적인 관광 네트워크의 부재
상대포 역사공원, 성기동 도선국사 탄생지, 왕인박사 유적지, 도기박물관, 구림전통한옥마을 등 각기 풍부한 역사적 자원을 가진 명소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밤 문화 권역'을 조성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영암군이 월출산을 테마로 영암읍 시가지에서 개최한 '달빛축제'가 '차 없는 거리'와 '플리마켓' 등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성과를 거둔 사례는 단일 명소에 집중하기보다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여러 장소를 연계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상대포 역사공원 역시 주변의 구림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연계 전략이 없이는 독자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단순한 조명 설치를 넘어, 구림마을과 상대포가 가진 풍부한 '이야기'를 빛으로 구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왕인문화축제에서 시도된 '월인천강', '낙화유수'와 같은 실경 공연을 축제 기간 외에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방문객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이 공연은 구림마을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선비들과 주민들의 이야기, 구림마을 지명 유래를 지닌 도선국사 이야기 등을 호수를 배경으로 한 미디어 파사드 및 실연으로 표현하여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구림마을이 고대 도기 생산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활용하여 야간에만 운영하는 '달빛 도기 공방'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는 전통 공예와 야간의 감성을 결합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야간 한정으로 구림도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달빛 도기 마켓'을 조성하여 방문객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야간 상권' '체류 인프라' 구축해야
야간 방문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야간 상권의 부재라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주말 저녁 공원 한쪽에 푸드트럭을 유치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팝업 스토어 형태의 '달빛 야시장'을 조성하여 방문객의 식음료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야간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또한, 새롭게 문을 연 '구림한옥스테이'와 협력하여 '한옥 숙박 + 상대포 야간 공연 관람권 + 야간 도기체험'이 포함된 통합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상품은 방문객이 영암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고, 각 시설의 가치를 높여 전체적인 관광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별화 전략 수립 필요
단순히 조명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상대포 역사공원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타 지자체 사례를 분석하여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성주군의 '키즈 & 패밀리' 타겟팅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구감소 지역인 성주군이 철저한 배후도시 분석을 통해 '키즈 & 패밀리' 시장을 공략, '캔들라이트 키즈콘서트'로 성공한 사례는 상대포 역사공원이 명확한 타겟 고객층을 설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구림마을의 전통과 한옥 스테이를 활용하여 '역사·공예 테마의 가족형 야간체험'이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또 한 예로 울산의 ‘장생포 라이트’와 통영시의 '디지털 콘텐츠' 융합 모델을 들 수 있다. 통영시의 '디피랑'은 빛과 스토리를 첨단기술(미디어 파사드, 디지털 콘텐츠)로 결합하여 성공한 모델이다.
울산 남구의 ‘장생포 라이트’는 지난해부터 남구가 울산CLX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업비 총 27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매주 금·토요일에 운영되며 하절기 오후 8시 30분, 동절기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다. 약 30분 동안 '장생포 빛으로 물들다' '사계절 색다른 감동이 펼쳐지다' '명화를 꽃피우다' 등의 프로그램이 상영된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러포즈, 기념일, 마음 메시지'도 진행된다.
상대포공원 역시 도선국사와 구림 지명유래, 구림도기 스토리, 바다에서 평야로 변신한 상대포의 대변화 등을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역사와 현대적 감각을 융합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역상권 연계, 주민참여 유도
상대포 역사공원의 야간 방문객 저조는 '볼거리' 위주의 투자에 그친 정책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즐길 거리'와 '체험', 그리고 체류를 위한 '인프라'와 주변 자원과의 '네트워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상대포 역사공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회성 축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야간 푸드트럭 존을 시범 운영하고, 주말 야간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상인 협약(야간영업 유도)을 추진해야 한다. 야간 공연을 축제 외 기간의 주말에도 소규모로 시범 운영하여 야간 방문 동기를 부여하고, 구림한옥스테이 등 주변 시설과 연계된 패키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한 야간관광 콘텐츠를 고도화하여 상대포 역사 스토리를 담은 상설 실경 공연 및 미디어 파사드를 정기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야간 방문객을 위한 영구적인 편의시설(매점·카페)을 조성하고, 상대포-도기박물관-구림마을을 잇는 '달빛 야행' 정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기적인 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역사와 공예의 구림마을 상대포'라는 고유한 야간관광 브랜드를 구축하고, 호수와 주변 자연경관을 활용한 야간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상대포 역사공원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역사'와 현재를 즐기는 '체험'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조명 설치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하여 관광객에게 깊은 감동과 경험을 선사하는 전략을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