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섬에 가다.

2025-08-29     영암신문
전 동 호  ​​서호면 엄길生  도로 및 공항기술사​​​​​​  공학박사 ​ ​​​​​​전라남도 건설교통 국장 역임

 팽목 진도항이다. 장죽수도(長竹水道)를 건너 조도(鳥島)로 간다. 35개 유인도를 포함해 178개 군도로 이루어진 섬 안의 새섬이다. 특별한 새들이 많다는 건 아니다. 군무를 멈춘 듯 각양각색 황홀경이란 뜻이다. 장죽수도는 폭이 11㎞나 된다. 그러면서도 누런 구정물이 일렁거릴 만큼 물살 또한 험한 곳이다. 예부터 300여m 명량해협을 보고 ‘도랑물이 까불고 있다’ 했을 정도다.

1816년 9월 영국 라이라호 함장 바실 홀(1788~1844)이 ‘세상의 극치’라 했던 풍광이다. 그 10일을 포함한 기록이 ‘조선 해안 및 류큐 항해기’다. 청정 바다, 많은 섬, 다양한 숲을 대변하며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홍도와 한려해상을 잇는 중심임에도 관리가 많이 뒤떨어져 보인다. 안내 표지, 관광 정보가 서로 다르고 데크 시설마저 깨진 채 방치되고 있다. 

거미줄이 얽힌 계절적 요인인지, 관광객이 뜸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불편하면 그만이다. 쉬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래가면 안 된다. 역사적인 년도, 섬 개수 등 사실관계를 일치시키고 망가진 시설은 바로 보완해야 한다. 국가지점번호를 활용해도 좋겠다.

조도군도는 상․하조도가 중심이다. 1997년 510m 조도대교, 2022년엔 닻배노래 발상지 나배도와 하조도를 잇는 370m 나배대교가 놓였다. 그 위로 가사도, 아래로는 방아섬과 관매도 그리고 대마도와 동거차도를 건너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304 원혼이 담긴 맹골수도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리움이지만 팽목 ‘기억관’에선 보이지가 않는다. 바다에 막혀 달려갈 수도 없다. 

가까이 가게 할 순 없을까? 지난 6월 대통령 선거공약 플래카드처럼, 국도 18호선을 연장하면 된다. 신안 천사대교 7.2㎞ 2019년 개통과 추포~비금 10.4㎞ 확정, 고흥~여수 4개 섬 55㎞ 2020년 연결과 여수~남해 8.0㎞ 해저터널 2024년 착공처럼, 국가에서 직접 시행하게 하면 된다. 우선 하조도까지 먼저, 세월호 유가족과 협력하면 쉬울 것도 같다. 

진도는 1984년 사장교가 울돌목을 넘기까지, 국내 3번째로 큰 섬이었다. 그렇지만 어촌 산중일 정도로 농업에만 열중했고 많은 선비의 유배지가 됐다. 이는 시서화창(詩書畵唱)의 근간이 되며 운림산방, 군립민속예술단, 국립남도국악원, 홍주와 진돗개 등 전통을 낳았다. 보배로운 의향이기도 하다. 1597년 명량해전, 1438년 남도진성, 1270년 용장산성 등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다.

후덥지근한 밤을 보냈다. 동창이 밝기도 전에 몸을 일으켰다. 훈이와 준이랑 7시 30분 한림페리 11호를 타야 한다. 이른 진도항으로, 하조도 창유항까지 40여 분, 선지 엄마 택시로 돈대봉(墩臺峰) 초입에 도착했다. 흐물거린 포장길 옆으로 왕거미가 풍뎅이를 동여맨 삶과 죽음을 먼저 마주한다. 마당바위를 지나 손가락 바위의 웅장함과 수평 절리를 돌아보며 600m를 올랐다.

땀이 줄줄거린다. 저 빛을 향한 천상의 계단, 누구의 소망 탑을 뒤로 1.45㎞를 더 오르니, 봉수대가 있었다는 해발 271m 정상이다. 내리막을 따라 신금산으로, 유토마을 조도대로를 건너 다시 오르막이다. 하늘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따라 또 계단을 지나니, 해안 끝 등대까지 2.77㎞가 남았다. 햇살이 삐죽거리는 긴 동백림 안으로 동박새는 간데없고 매미 소리만 따갑게 울려온다.

작은 능선 오르내리기가 몇 번이었을까? 월출산처럼 쭉 오르고 내리면 훨씬 수월한데, 물도 떨어지고 많이 지쳐간다. 준이는 일찍부터 처졌다. 살이 좀 찐 탓인지, 무슨 균형이 깨진 것인지, 숨이 골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배낭 탓인가? ‘뭐가 이리 무겁데’ 참외, 오이와 막걸리는 세 배로 나눠 채우고 또 얼마나? 하얀 등대가 저기 들어온다. 

1909년 2월 석유 백열등으로 시작한 50m 높이 광파표지다. 1945년 8월 전기식 등명기(燈明機)로, 그리고 해상교통관제서비스(VTS)를 제공하는 유인시설이다. 거꾸로 보면 세계가 열리는 출발지다. 잠시 몸을 식힌 후 상조도 도리산전망대로 간다. 이번에는 선지 아빠 택시, 요금이 7만 원이다. ‘많이 받지는 마십시오’ 미터기로 하면 더 나와요에 ‘예, 잘하셨습니다’ 구불구불 포장길을 달려간다. 

둥그런 데크가 사방을 둘러보게 한다. 노을과 함께하려면 일박이 필요한데? 아쉽다. 세상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하늘마루라 칭하고, 상품으로 개발해도 좋겠다. 1979년 10․26 직후, 20대 후반 박근혜 18대 대통령이 인연을 따라 20여 일 머물렀던 이유도 그랬을까? 오가며 들은 얘기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눈과 귀를 치유하는 자연의 소리가 닫힌 마음을 열게 했으리라고 본다. 

조도는 영국 동양함대가 1885년 거문도를 2년여 점령하기 70여 년 전에 이미 다녀간 곳이다. 그 후론 없었을까? 그때 성경 등 무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200년이 넘었지만, 마을마다 전해오는 구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곳 진도곽, 해풍쑥, 톳, 뜸부기, 모자반, 돌김과 전복 등 특산품을 더 특별하게 알릴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다.

손에 손잡고 돌고 도는 아리랑처럼, 민관이 하나 되는 가치 창출이다. 영암 고구마, 신안 섬초 등 다른 마케팅 또한 마찬가지다. 4시 배로 나오기까지, 해도림(海島林) 5시간 9㎞와 이곳저곳 21,000보를 함께했다. 두 발의 에너지가 썽썽한 그날까지 또 하자 한다.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