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지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영암군이 미암·삼호 간척지 1,700㏊에 1.5G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추진하자, 지역 농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농민회는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간 200억 원 이상을 생산하는 우량 농지를 하루아침에 ‘염해 간척지’로 둔갑시키고, 농민과의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영암군은 얼마 전, 새 정부의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그린시티 100’ 정책 기조에 발맞추어 지역 내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충하고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은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형 그린시티’ 조성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한 생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농지는 국가의 식량 기반이며, 지역 공동체의 뿌리다. 정부와 지자체가 RE100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해도 농업과 농민을 희생시키는 방식이라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은 농지 보전이라는 대원칙 속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주민의 참여와 동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농민회가 RE100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건물 지붕, 유휴부지, 공공시설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조건 적인 반대가 아니라, 농지를 지키면서도 에너지 전환을 함께 이루자는 현실적 제안이다. 지역 주민의 삶과 농업 기반을 존중하지 않는 ‘성과 중심형 재생에너지 정책’은 결국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뿐이다.
영암군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행정 절차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농지를 지키면서도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분명 존재한다. 군민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