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에게 전하는 다섯 가지 직장생활 비법
학산면 매월리生
국회 민원지원센터장
국회 정보위원회 입법심의관
국회사무처 감사관
몇 해 전부터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회 관련 주제로 신입직원 대상의 교양 강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육, 모교 후배들과의 대화 자리 등이었다. 대상과 형식은 달라도 강의 후 이어지는 질문은 비슷하다.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선배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뭔가요?”등이다.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1992년, 국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선배들을 따라 다니며 실무를 익히던 그 시절을 지나, 중견 관리자를 거쳐 이제는 국장급 간부로서 한 부서를 이끌고 있다. 지난 30여 년을 돌아보면, 직장생활의 굽이굽이마다 나침반이 되어준 다섯 가지 원칙이 있었다. 이 글은 이제 막 직장에 첫발을 디딘 이들에게,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필자의 작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정리한 것이다.
첫째, “三人行, 必有我師焉”,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이 문장은 필자가 새내기 시절부터 가슴에 품고 살아온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이는 단순한 겸양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을 찾겠다는 겸손과 열린 자세의 표현이다.
필자는 상사, 동료, 후배는 물론, 다소 불편한 사람에게서조차 배우려고 노력했다. 뛰어난 사람의 장점은 본받고, 부족한 점은 반면교사로 삼았다. 배움을 향한 겸허한 태도는 곧 자기 성찰과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었다.
둘째, 선행은 계산 없이 베풀되, 기대하지 말라
직장생활 새내기 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서운함이 남았고, 그것이 반복되면 실망도 깊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서운함은 ‘내가 바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선행은 대가나 칭찬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니까, 옳은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특히 ‘기억되지 않더라도 옳은 행동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베풀고 잊는 자세가 결국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지나고 보니 그 선행은 나중에 두 세배로 보답을 받았다.
셋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즉 말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직장에서는 논쟁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필자 역시 과거에 논리적으로 맞서본 경험이 있지만, 대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상대는 논점이 아니라 태도를 문제 삼았고, “예의가 없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결국, 관계만 나빠졌다.
그래서 필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뭘까 고민했다. 그러다 그 방법은 평소 말 한마디를 아끼고, 감정을 조절하고, 싸울 여지를 만들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직장에서는 ‘논쟁에서 이기기’보다 ‘남는 관계’가 더 큰 가치를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공감적 경청.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
얼마 전 AI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경청에 할애했다. 그런데 그 전문가는 대화를 마치며 필자를 AI 전문가로 생각했다. 그 전문가는 즐거운 대화였다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필자는 단지 흥미롭게 듣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일화를 통해 경청은 그 자체로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직장 내에서는 특히,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더 깊은 관계를 만든다. 공감과 경청은 언제나 신뢰의 첫걸음이다.
다섯째, 나는 ‘프로’다. 직장은 연습장이 아니라 무대다. 필자는 항상 자신을 프로라고 여겨왔다. 국회라는 국가기관에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이상, 국민을 위한 ‘전문가’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졌다. 프로는 단지 지식만이 아니라, 성실함, 책임감, 자기계발의 자세를 모두 포함한다.
필자는 매일의 업무를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무대로 여겼다. 꾸준히 공부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동료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이것이 직업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라 믿었다.
이제 필자는 국회에서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나온 시간 동안 스스로를 이끌어준 다섯 가지 원칙은 새로운 출발선에서도 유효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세상살이는 조직과 환경은 달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뢰와 배려를 쌓는 일은 결국 다르지 않다.
필자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렇게 믿는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특히 요즘 젊은이들이야말로 필자의 큰 스승이다. 그들의 열정과 순수함, 때로는 투박한 질문 속에서 필자는 늘 새로운 시각과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언젠가, 필자도 누군가에게 그런 스승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