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업(官業)은 민업(民業)을 침해하면 안된다

2025-05-30     현의송
현 의 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연주현씨 전국 대종회장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논술한 책으로 농민의 실태, 관리들의 부정, 토호세력의 작폐에 대해 지방 관헌들의 윤리적 각성을 촉구한 책이다. 지방의 고을을 맡아 다스리는 수령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들을 자세하고도 예리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수령을 지내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지방 관리들의 실정을 보았고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경기도 암행어사가 되어 농민들의 고통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강진 유배 생활 중 지방 관리의 횡포와 농간, 농민들의 억울하고 가엾은 사정을 많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이를 경험하고 목민심서를 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직업(職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종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국민의 주요 업무인 농업은 민업(民業)이며, 생명을 지키는 업종이라는 뜻으로 명업(命業)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래서 모든 공공기관은 그 운영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첫 번째로 공정경쟁의 원칙이 있다. 즉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이 어우러져야 한다. 공공기관이 경쟁에서 유리해질 경우 민간기업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민간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자기 조직의 활성화가 아니라 민간경제 활성화가 먼저다. 그래서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공공기관은 공익적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사회 복지 등 공익적인 영역에 집중하고 일반 주민의 생활영역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의 원칙은 헌법상의 직업자유원칙, 시장경제원칙, 정부와 공공기관의 보조적 역할과 원칙 등의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공공기관도 즉 그 기관의 관업(官業)은 국민의 생업(生業)을 침해하면 안된다. 

협동조합도 법적 성격은 공적 기관은 아니지만 많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운영함으로 일정 부분은 준 공공적 업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농협조직의 여러 단위에서 종합건물의 신축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촌의 인구는 감소와 조합원의 수가 감소하지만 조합원의 편익제공을 위해 농협들의 업무용 건물 신축, 대형직매장 시설 등 대형시설 붐이 일고 있다. 농어민 조합원들은 조합원 개인의 부담 없이 편리하고 안락한 종합시설의 신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군청 소재지의 읍 단위에 동쪽은 농협의 고층 종합건물, 서쪽에는 축협의 고층 종합건물이 들어서 있는 읍 소재지가 많이 있다. 농협중앙회 같은 소속 회원농협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영업을 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과연 협동조합적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67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농촌의 인구는 감소하고 마을이 소멸위기를 맞고 있어도 농촌 곳곳에서 신축건물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협중앙회 조직도 비슷한 모습이다. 경기도 등 여러 지역에서 농협 지역본부 건물이 고층 건물로 신축 중이다. 반면에 일본의 농협은 농가 조합원 수 감소 등으로 현(縣. 우리의 도)단위 현 연합회를 폐지하고 대규모 통합농협으로 개편해서 전국 농협의 수가 400여 개 존속하고, 영농지도 강화 등으로 경영개선에 나서고 있다. 규슈지역 농산촌에 있는 조합원 600명의 오오야마(大山) 농협은 직원의 수가 400명으로 모든 농산물을 직원들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해준다. 흑자경영을 하는 매우 훌륭한 농협인데도 50여 년 전 건물과 시설을 그대로 두고 조합원 편익시설 정도와 생산시설만 갖추고 있다. 영농지도와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농가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소규모 농협이지만 존속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국 어느 지역이든 농협 건물의 신축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리의 정신 속에 잠재해 있는 목민심서의 정신으로 오늘의 농촌지역 과제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