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산단, 끊이지 않는 사고…‘노동자의 무덤’

‘안전망’ 허술…올해만 9명 사망 중대재해 위기경보 ‘심각’ 격상 “불합리한 노동구조 개선” 목소리

2025-05-30     신준열 기자

HD현대삼호를 비롯해 조선업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불산단에서 올해도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노동자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23일 대불산단 내 선박 구조물 제작업체에서 작업자가 16톤 지게차에 깔려 사망하자 중대재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끊이질 않는 근로자 사망사고=대불산단에서는 올해도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금까지 8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9시19분께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의 한 선박 부품업체 작업장에서 지게차에 하청업체 직원 A(49)씨의 상반신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계 당국은 지게차 위에 쌓여있던 자재 탓에 운전자가 미처 A씨를 보지 못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게차 운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2분께 대불산단 내 한 공장에서도 지붕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B(54)씨가 15m 아래로 추락해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지난 3월 8일에는 한 선박제조업체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신호수 C(22)씨가 부품을 나르던 트랜스포터와 벽 사이에 끼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조선업 특화단지인 대불산단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올해에만 노동부 추산 6건에 이른다. 산업재해 사망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총 8명의 노동자가 산단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라 숨진 것으로 노동계는 잠정 파악하고 있다.

▲‘후진국’형 인명사고 왜?=전문가들은 하도급 등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고된 업무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을 지키는데다, 바쁜 건조 일정에 사업장 내 만연한 하도급으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 현장에 다양한 외국인들이 근무하면서 쉽지 않은 소통 부재가 안전관리 미숙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5년 간 전남지역 등록 외국인 증가율은 74.4%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히 대불산단이 있는 영암군의 외국인노동자는 9천689명에 달하며, 대부분 대불산단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이는 영암군 전체 인구 대비 19%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실정에도 고용노동부의 점검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목포·무안·영암·해남·강진·신안·완도 지역을 관할하는 목포지청의 경우 3명의 인력이 259개 일반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노무관리 등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사업장 조사가 이뤄져 사전 지도·점검이 부실한 형편이다.

또 고용주가 불법 고용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고 자체를 숨기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고용 형태를 투명하게 만들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대불산단에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선업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