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청산이 5·18 정신이다

2025-05-23     영암신문

엊그제 5·18 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12·3 윤석열 내란 이후 처음 맞는 5·18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5·18은 평범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군부 총칼에 맞선 시민항쟁이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자정을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계엄 포고령을 통해 정치 활동과 정치 목적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하고, 언론·출판·보도·방송을 사전 검열했다. 계엄군을 배치해 국회 출입을 막았다.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을 연행하고, 김영삼을 가택 연금했다. 권력 찬탈을 위해 민주주의·헌정질서를 짓밟은 것이다. 이에 광주시민들은 5월 18일 시위로 저항했다. 공수부대가 주축이 된 계엄군은 총·칼·진압봉·헬기·탱크를 동원해 광주시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사상자가 속출했고, 시위는 인근 시·군으로 번졌다.

영암에서도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열렬한 투쟁을 벌였다. 항쟁 기간 중 고등학생 2명을 포함, 꽃 같은 청춘 4명이 계엄군의 총탄에 산화했다. 그리고 전남 시·군 중 가장 많은 인원이 기소되어 고문과 구타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제 인물도 영암의 아들, 고 문재학 군이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매일 도청에 나가 시민군 시신 수습 등을 도왔으며, 27일 새벽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영암의 5.18항쟁은 예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 영암사람들의 의로운 기상에서 연유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 최초의 의병장 양달사 형제, 여성 의병장 양방매, 정유재란 때 전몽성·몽진 형제, 1919년 구림과 영암읍에서 일어난 3·1독립 만세운동, 덕진면 형제봉서 일어난 영암농민항일운동 등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영암 의병’의 빛나는 역사는 5.18 항쟁에서 광주시민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무장항쟁으로 발전했다. 이때도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평범한 영암 군민들이 항쟁에 참여했다.

45년 전,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16일 영암청소년수련관에서 6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군민들이 참여하는 5.18 기념행사가 조촐하게 열렸다. 특히 올해는 해마다 열리는 행사이지만,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18의 저항정신, 대동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2025년 ‘빛의 혁명’을 이뤘듯이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 또는 내란 옹호세력이 이 땅에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