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면서…미암에 37억 짜리 파크골프장 조성 추진

‘학산권역 파크골프장’ 내년 말 개장 목표 재정난 속에 내년 시종·도포에 추가 조성 내년 선거의식 선심성(?)…게이트볼장 꼴 우려

2025-05-23     신준열 기자

영암군이 미암면 일원에 총 37억여 원을 들여 18홀 규모의 ‘학산권역 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파크골프 열기에 편승해 골프장 건립에 속속 나서면서 게이트볼장처럼 이용객이 줄어 시설이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긴축재정에 따라 영암군의 예산이 지난 2년 사이 1천억 가량 줄어들면서 농업보조금 삭감 등에 따른 농업인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음에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사업’이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암군에 따르면 현재 파크골프장은 영암읍, 삼호읍, 시종면 등 3곳에 조성돼 있으나 학산권역에는 마련돼 있지 않아 권역별로 균형적인 배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 영암군은 이에 따라 2023년 3월부터 실무협의를 거쳐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7억여 원을 투입해 20필지, 3만7천183㎡(11,260평)의 부지매입 및 지장물 보상을 끝내고 이달 초 실시설계에 착수했다.

도비 6억원을 포함, 군비 31억원 등 총 37억원이 투입될 학산권역 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은 미암면 채지리 419-1번지 일원에 시니어친화형 18홀 (A=37,183㎡) 규모로 오는 12월 본공사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에 개장한다는 목표다.

특히 영암군은 최근 시종면 마한문화공원에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도 불법시설로 사회 문제가 되면서 내년에 시종·도포지역에 새로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는 411곳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4년 이내 조성이 예정된 곳도 1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최근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자체장들이 파크골프 열기에 편승해 골프장 건립에 속속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전국적인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금 방치되다시피 한 게이트볼장처럼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루다 이용객이 줄면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게이트볼장의 경우 2001년에서 2015년 사이 수요가 급증해 영암군에는 각 읍면에 한 곳 이상씩 조성됐지만 최근에는 이용객 감소로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연간 수천만원의 수선유지비 등 추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실제, 2019년 준공된 영암여중·고 인근 전천후게이트볼장은 무려 34억원이 투입됐지만 최근에는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 겨우 명맥만 유지한 체 수년 만에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암읍의 한 주민은 “파크골프장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읍·면마다 들어선 게이트볼장의 경우 이용객이 줄어들고 시설이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파크골프장도 이와 비슷한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농민단체의 한 회원은 “영암군은 지방보조금 페널티에 매년 교부되는 정부 교부세가 지난 2년간 약 1천억 가까이 줄어들어 입만 열면 예산이 없다”면서도 “시급하지도 않은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행정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 농업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각종 농업보조금 삭감으로 농민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