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불도 연가
모 방송국에서 추진한 트로트 경연 프로인 ‘현역가왕’에서 준결승에 오른 가수 최수호 씨가 맛깔나게 부른 경연곡이 ‘나불도 연가’이다. 최수호는 ‘나불도 연가’를 불량배들로부터 연인을 뚝심 있게 지켜내는 사내로 변신해 한편의 뮤지컬처럼 풀어내 찬사를 받았고 결국 현역가왕 탑7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나불로 연가’는 가수 현진우 씨가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직접 작사·작곡해 2021년 9월 7일 음반으로 발매했는데, ‘연가’라기보다는 영암을 알리는 홍보 노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나불도 연가’에 나오는 노랫말 중 영암과 관계가 있는 부분은 ‘월출산 능선’ ‘굽이굽이 영산강’ ‘왕인의 숨결’ ‘도갑사 인경 소리’ ‘갈 길을 묻는 떨어지는 벚꽃 잎’ ‘사랑을 나눌 때 익어가는 무화과’를 들 수 있다. 영암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현재가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월출산 능선에서 시작해 굽이굽이 영산강을 거쳐 두루 자연을 둘러보고 역사 속에서 왕인의 숨결과 도갑사의 인경 소리를 느끼고 들으며, 봄이면 절경인 벚꽃 백 리 길을 걷고 가을이면 익어가는 무화과 향내를 맡을 수 있는 곳이 영암이라고 말하고 있다.
월출산은 평야에 나 홀로 웅장하게 우뚝 솟은 바위 덩어리로 이뤄졌는데, 남도에서 가장 기가 세 소위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산이다. 1988년 6월 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영산강은 우리나라 4대 강으로 굽이굽이 삼백 리를 흐르다 영암에서 서해로 향한다. 그 영산강으로 인해 생겨난 물길로 영암의 역사는 흘렀고 영산강이 만들어준 젖줄로 영암은 지금도 살고 있다. 왕인은 백제 14대 근구수왕 때 영암 구림 성기동에서 태어나 32세 때 초청을 받아 일본 왕실 태자의 사부가 되어 비조문화를 창시해 준 사람이다. 왕인이 태어난 성기동과 왕인이 도일한 상대포에 유적이 남아 있기에 매년 4월이면 왕인박사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월출산 도갑사는 영암에 있는 천년고찰로 신라 헌강왕 6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수미선사에 의해 대가람으로 중창되기도 했던 도갑사에는 지금도 그 옛날 통금을 알렸던 스물여덟 번의 인경 소리가 영암 민초들의 숙면을 보듬는다. 갈 길을 묻는 떨어지는 벚꽃잎은 영암의 동서남북에서 도갑사로 향하는 백리 벚꽃길에서 절정을 이룬다. 백리 벚꽃길에는 젊음의 낭만과 늙음의 추억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꽃비가 내리면서 인생 나그네에게 갈 길을 묻는다. 나불도를 중심으로 멀리멀리 풍기는 무화과 익는 냄새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나온 고 박부길 씨가 1971년에 처음으로 영암군 삼호읍 일대에 무화과를 입식하면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과일향이다. 박부길 씨는 결혼 예물로 호미와 삽을 주고받아 유명해지기도 했던 학사 농군이었다.
영암을 알리는 노래로는 ‘영암 아리랑’이 대표적이다. ‘영암 아리랑’은 변방 영암을 전국의 영암으로 알리는 데 가장 공이 컸다. 그 외에도 ‘낭주골 처녀’가 있는데 ‘낭주골 처녀’는 영암의 옛 이름 낭주를 들춘 노래로 노랫말인 초수동 범바위나 용당리 나룻배는 영암 안의 지명이다. ‘영암 아리랑’이 달빛에 젖은 영암을 그렸다면 ‘낭주골 처녀’는 순애보에 싸인 영암을 그린 것이다.
유망한 가수 최수호 씨가 경연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른 ‘나불도 연가’는 자연과 역사, 꽃과 향에 물든 영암을 그렸다. 가수 진성 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안동역에서’는 안동을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도정치나 하회탈, 종갓집의 종택으로 관계자에게나 관심받던 안동이 노래 한 곡으로 전 국민에게 최단기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안동역은 열차가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 이 노래를 내보내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여 지자체들은 지역을 알리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불도 연가’는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영암을 전국에 알리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