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방역망, 다시 끈 조여야
90여 년 만에 영암에서 집중 발생한 이번 구제역 사태는 한우농가들의 안이한 백신 접종과 방역 당국의 허술한 관리로 빚어진 ‘방역 참사’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축산농가와 당국 모두가 평소 철저하고 꼼꼼한 방역을 통해 내 농장, 내 지역에선 악성 가축질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야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암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주요 원인에 대해 농가의 백신 접종 소홀과 차단 방역 미흡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농림부는 구제역 발생농장 대부분이 농장 내 일부 한우에서만 양성으로 확인된 점을 볼 때 모든 한우에 대해 백신 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일부 한우는 백신 접종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농가의 부실한 접종이 구제역 확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농림부의 판단이다.
농림부는 살처분된 소 가운데 출하 직전의 소만 따로 항체 형성률을 조사해 10%대에 그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상 출하 시기(32개월)를 앞두고 농가들의 백신 접종 기피로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왔다는 게 농림부의 분석이다. 이는 농가들이 최대한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소의 체중을 불리는 비육 말기(28개월)에 있는 수소는 백신 접종에 따른 스트레스가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관행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당국의 방역 공백 상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농림부가 밝힌 지난해 12월 기준 영암지역 내 사육 중인 한우에 대한 항체 형성률은 92.3%로, 전국 모든 자치단체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 97.3%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남지역 22개 시·군의 평균(97.3%)보다 낮았다.
전국 평균보다 5%포인트 차이가 날 정도로 항체 형성률이 낮았다면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점검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남도와 영암군이 안이하게 자가 접종 실태를 관리하거나 느슨한 방역 체계가 90여 년 만에 구제역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안일한 자세는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방역의 끈을 다시 조여야 하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농가와 당국 모두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