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 뒤숭숭...왕인문화축제 강행 ‘논란’
“나흘간 축제에 16억 예산…이해 안돼” 종전과 같은 행사에 예산은 4억 늘어 “벚꽃도, 왕인도 없다” 정체성 논란도
영암군의 대표 축제인 왕인문화축제가 구제역 사태로 당초 4월 초에서 5월 초로 한 달 가량 연기돼 축제 강행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행사 기간이 절반 이상 축소됐음에도 예산은 그대로 집행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암문화재단에 따르면 왕인문화축제는 당초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9일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조치로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행사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15억7천여만 원의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 예정이다.
영암군은 지난해까지 4일간의 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하면서 12억원 가량을 집행했으나 올해는 축제 기간을 5일 더 늘려 잡아 예산을 4억원 정도를 추가했다.
축제는 벚꽃 개화 시기를 넘겨 종전대로 4일간 개최되지만 예산은 종전보다 4억원이 늘어난 16억원이 투입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영암문화재단 관계자는 “가수 섭외 등에서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았고, 일정 변경을 이해해준 출연진 덕분에 큰 손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제작된 포스터와 홍보물 교체에 따른 이중 비용, 일정 재조정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우농가와 지역 주민들은 구제역 사태에 벚꽃 개화 시기를 넘겨 열리는 올해 축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축산 농가는 “구제역 발생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인데다 가뜩이나 군 재정이 어렵다면서 축제를 연기해가며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한 주민은 “한 푼이라도 아껴 내년에 개최해도 될 축제를 겨우 나흘간 하는 축제에 16억이나 되는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농번기 철에 도대체 누굴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영암의 인물 왕인박사를 테마로 한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축제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브레드이발소’·‘티니핑’ 등 어린이 인기 캐릭터 공연, 송가인·안예은 등 대중가수 무대, 왕인소나타·마술&버블쇼·독서골든벨 등 예능 위주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이게 과연 왕인문화축제인가”, “영암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주민 A씨는 “축제 일정표를 보면 영암만의 색깔이나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벚꽃도 없고 왕인도 없는 축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벚꽃은 사라졌지만 구제역이라는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군민들과 함께 할 최선의 시기를 고민한 결과”라며 “5월 초는 연휴와 맞물려 가족 단위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시기이며,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해 성공적인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