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포… 영암 한우농가 최대 위기
전남 13건 중 영암서 12건 집중 발생 초기 발생 대응 안이한 대처 지적도 왕인문화축제 등 각종 행사 줄줄이 연기
영암에서 사상 처음으로 구제역이 닷새 만에 11건이 집중 발생, 한우 농가들이 공포에 휩쌓였다.
지난 14일 도포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후 15일 3곳, 17일 3곳, 18일 2곳, 19일 2곳 등 모두 11곳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 한우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0일 현재 전남 12곳 중 무안 1곳을 제외한 11곳이 영암에서 무더기로 발생했다.
해당 농장들은 13일 첫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대부분 3㎞ 이내 가까운 지역으로 도포·덕진면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식욕부진, 침 흘림 등의 구제역 의심 증상을 신고해 정밀검사를 시행한 결과 구제역으로 최종 확진됐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영암을 비롯한 무안·나주·화순·장흥·강진·해남·목포·함평·신안군을 ‘심각’ 단계 지역으로 지정했다.
▲발생 원인 불명의 구제역=감염 농가는 모두 최초 발생 농가에서 3km 이내인 방역대대 안에 있는 농가로, 10m 인접 농가가 2곳, 500m 이내 범위에 있는 농가가 1곳으로 각각 조사됐다. 이 가운데 500m 이내 범위에 있는 A농가는 역학조사 결과 사료 차량이 오고 가면서 바이러스가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으나 사료차량에서는 바이러스 균이 확인되지 않아 연관성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도내 확산된 구제균은 2021년 몽골에서 확산된 바이러스 균과 유사한 양상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농가별 구체적 전파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 확진 농가 모두는 백신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한우 농가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한우 농가들은 드론방제 작업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구제역이 최초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 구제역 발생 인근 지역의 공중 방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염성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광범위한 방역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한우농가들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된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구제역 발생과 동시에 군민들에게 즉시 알려 이동을 자제토록 독려했어야 함에도 전국적으로 언론이 보도된 이후에야 뒤늦게 재난 문자로 알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영암군은 구제역 확진 판정 이후 하루가 지난 15일 오후 5시 무렵에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구제역 발생 사실을 알리고 축산농가 및 축산 관련 시설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 사실을 전혀 모른 지역주민과 일부 한우농가들은 주말을 맞아 회식과 모임 등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농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 이전이라도 생석회를 긴급히 공급하여 농장 주변을 소독하고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농가들에게 조치했어야 함에도 전혀 손을 쓰지 않다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방역작업에 나서 구제역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우승희 군수는 19일 농·축협 조합장, 축산농가 대표들과 가진 대책회의에서 ‘백신 접종-소독 실시-생석회 보급’으로 이어지는 구제역 방역 우선순위를 설명하고, 소독약 2차분과 생석회 공급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읍·면 순으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감염되는 전염성이 강한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가축의 입술과 혀에 물집이 생기며 급격한 체온 상승 및 식욕 저하가 특징이다. 현재 확인된 감염 예방법으로는 백신 접종이 유일하며, 접종 후 항체는 약 일주일 뒤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까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영암 지역은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왕인문화축제 등 행사 연기=구제역 발생으로 비상이 걸린 영암군은 '2025 영암왕인문화축제'를 5월 초로 연기하는 등 군민들에게 모임·행사 및 다른 지역 방문 자제 등을 거듭 당부했다.
영암군은 당초 이달 29일부터 4월 6일까지 9일간 개최 예정이었던 왕인문화축제를 5월 3일(토)부터 6일(화)까지 4일간 개최한다는 공지를 영암군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올해는 예년보다 5일 늘려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구제역 발생으로 종전과 같이 나흘간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4월 18~19일 예정된 마한역사문화제도 오는 10월 개최키로 하고 군민들에게도 각종 행사와 모임 등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시종초등학교 100주년 기념행사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잇따라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영암군은 철저한 백신 접종과 농장 마당 청소 후 소독이 방역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축산농가 이동 자제, 축산인 참여 모임·행사 금지, 농가 이동제한 명령 이행을 주문했다.
군민에게 구제역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매일 4회 이상 SMS로 방역수칙을, 2회 이상 긴급 재난 문자를 전송하고, 수시로 각 읍·면 마을방송도 병행하고 있다.
우승희 군수는 지역 농·축협조합장, 방역대 밖 축산농가 대표들과 잇달아 구제역 방역대책 긴급회의를 열고 조기종식을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정부·전남도 관계기관 대책 부심=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5일 영암 한우농장 구제역 발생과 관련,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신속한 살처분, 출입통제, 검사 및 소독 등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또 구제역백신 일제접종 시기를 당초 4월 1일부터 한달 간 진행하는 것을 앞당겨 이달 14일부터 말까지 신속히 마무리하고, 백신 접종이 제대로 실시됐는지 철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도 이날 오후 구제역 확산 방지 긴급 방역대책 상황 점검을 위해 영암군 재난상황실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긴급방역대책 점검회의에서 백신 접종, 농장단위 축산차량과 사람 통제, 소독 철저, 축산인 모임 금지 등 체계적 차단관리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김 지사는 특히 “농장단위 분뇨·사료 등 축산차량 통제 및 거점 소독시설 통과 여부 확인, 외부인 출입 통제, 소독 철저, 축산인 간 모임 금지를 비롯한 방역·소독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농가에 알려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