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재해보험 약관 개정돼야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을 때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햇볕데임 피해(일소 피해)에 대한 보상은 한계가 많아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9월 폭염으로 인한 금정지역 대봉감 재배면적 809㏊ 중 66%가 넘는 540㏊에서 햇볕데임 신고가 접수됐다. 대봉감은 사과나 배 등 다른 과수와 달리 햇볕데임 피해를 보면 2∼3일 내 낙과해 썩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현 조사방식으로는 가지에 달린 열매 중 색깔이 변한 과실만을 피해 수량으로 인정하고 있어 피해율이 약관이 정한 6%를 넘기기가 어려워 사실상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봉지를 씌워 배를 생산하는 농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확 뒤 선별을 위해 배 봉지를 벗길 때 피해 정도가 정확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수원 현장 조사만으로는 햇볕데임 피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행 햇볕데임 피해 재해보험 약관은 열매솎기(적과) 뒤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피해 본 과실수가 가지에 달려있는 전체 열매의 6%를 초과하면 인정하게 돼 있다. 한차례 조사로 피해 규모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어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면 구제될 방법이 없다. 품목마다 햇볕데임 피해 양상과 발현 시기가 다른 과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행 재해보험 약관이 과수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구조다.
결국, 재해보험이 제구실을 하려면 약관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해 규모와 정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선 과수 생육 특성과 피해 발현 시기 등을 고려해 조사 기간·횟수를 늘려야 한다. 엄연히 피해가 발생했지만 불합리한 약관으로 과수농가들이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면 재해보험은 소용이 없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기온 등으로 갈수록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위해 조속한 약관 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