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오시마 미술관을 견학하고(上)

2025-01-17     현의송
현 의 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연주현씨 전국 대종회장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버려진 섬'이었던 일본 가가와(香川)현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에 3천3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주민의 400배가 넘는 140만 명의  외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예술 섬으로 만든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베네세(benesse) 그룹이라는 지역 기업의 의지와 주민들의 협업,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일류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2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1989년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福武總一郞)로 회장이 섬 안에 국제 어린이 캠프장을 설치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나오시마의 '아트 프로젝트'는 섬 동부 작은 어촌 마을 혼마치의 '이에(家) 프로젝트'뿐 아니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미술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섬을 방문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게 해 나오시마는 21세기형 지역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통하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이제는 나오시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지중해이자 국립공원인 세토나이카이 해역의 인근 섬으로까지 컬처노믹스를 확산하고 있다. 2010년 처음 시작된 세토우치트리엔날레를 매개로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 바이러스가 주변 지역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나오시마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페리호를 이용해야만 한다. 시코쿠의 가가와(香川)현 항구도시인 다카마쓰에서 타거나 혼슈의 우노항에서 타야 하는데 1시간에 1대꼴로 대형 페리호가 운항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다카마쓰항에서는 50분, 우노항에서는 20분이 걸린다.

페리호를 타고 나오시마 섬의 관문인 미야노우라(宮之浦) 항에 접근하면서부터 방문객들은 이 섬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직감한다. 이 섬은 말 그대로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작품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도착 순간부터 절실히 깨닫는다.

항구 앞 바닷가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일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이 시선을 끄는가 싶더니, 납작한 양철 지붕을 얹은 통유리 건축물인 항구 터미널 건물도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바다의 역 나오시마'라는 명칭을 지닌 이 터미널은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을 지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건물이다. 2010년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두 사람은 안도 타다오가 같은 상을 받은 1995년에 의기투합해 건축그룹 SANAA를 결성, 안도의 뒤를 이어 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세계 건축계의 '별'들이다.

나오시마가 예술의 섬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핵심은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고 건축한 섬 남부의 베네세 타운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제주도에도 있다. 이곳에는 미술관과 호텔을 겸하는 베네세하우스(뮤지움, 파크, 오벌),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지중미술관이다. 우리 한국인 이우환미술관도 여기 있다. 모두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미술관들이다.

미야노우라(宮野浦)항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이에프로젝트'로 유명한 혼마치 마을을 지나 남쪽으로 꺾어 가면 베네세 하우스 파크에 닿는다. 그 앞 해변 방파제에는 나오시마의 마스코트처럼 인식돼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 노란호박이 세토나이카이를 바라보며 멋들어지게 서 있기도 하다. 많은 방문객은 이 노란호박과 함께 사진 촬영한 후 베네세 타운의 미술관들을 차례로 찾는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