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영암중·고 통폐합
얼마 전 ‘2024년 영암군 사회조사 보고서’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11일까지 13일간 실시한 전남도의 영암군 사회조사 결과와 통계청이 매년 생산하는 통계자료 등을 이용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영암군의 각종 사회지표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인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인구는 갈수록 줄어 지역소멸의 위험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현실에서 지역 회생을 위해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영암 관내 828개 표본가구의 15세 이상 가구주와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고서는 삶의 만족도, 인구, 소득, 소비, 교육, 안전, 환경, 의료, 사회복지 등 46개 항목에 걸쳐 조사한 결과다. 이 가운데 교육문제에 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민선 8기 들어 영암군이 청년 정책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자녀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교육현안에 대한 조사에서 학교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업에 대해 ‘남녀 중고등학교 통폐합 운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2.0%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대비 9.6% 포인트가 높아 영암지역 중·고교 통폐합이 지역주민들의 여전한 관심사임을 반증했다.
영암읍 중·고 통폐합 논의는 민선 8기 이후 또다시 재개됐지만 2년을 넘긴 지금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서로 공감하면서도 공·사립 학교통합 방식을 놓고 학교 측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영암교육 경쟁력 강화’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절박한 문제이지만 지역사회는 이 같은 여망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통폐합을 통해 거점고로 거듭난 무안고, 함평 학다리고, 해남고, 강진고, 나주고, 보성고, 완도고 등 도내 12개 학교는 그 지역의 중심학교로서 농촌의 정주여건 조성과 교육경쟁력 강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추진된 지역 거점고등학교 추진에 도내 많은 학교가 적극 호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영암만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진척이 없다. 그 사이 젊은 청년들은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하나둘씩 고향을 등지고 있다. 또다시 신학기를 앞두고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인데 작금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