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공공건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지방 곳곳에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도시 건설로 인한 신축 주거지 선호 현상까지 겹친 대도시에도 빈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부산이 5천431채로 빈집이 가장 많다. 인천은 3천945채, 대전은 3천873채, 대구는 3천546채를 기록했다. 도·농 복합지역인 전북(1만3천687채), 경남(1만613채), 경북(1만406채), 전남(1만399채) 등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빈집은 감염병처럼 또 다른 문제를 유발시켜 지자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은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범죄 장소로도 악용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또 관리되지 않은 집에서 나는 악취 등 위생 문제와 집중호우로 인한 붕괴 위험은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악화시킨다. 저출생과 지방소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시도 더는 빈집 문제에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도시지역의 빈집 문제도 이럴진대, 소멸위기에 빠진 농어촌지역의 날로 늘어나는 공공건물은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제대로 유지 관리될 수 있을 것인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영암군이 현재 신축 중이거나 앞으로 건립될 공공 건축물은 대략 12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1~2년 사이에 확정된 사업이고, 앞으로 추진될 사업까지 감안하면 공공건물은 해마다 계속 늘어날 것이다. 물론 주민들의 편익을 위한 공공시설물은 많을수록 좋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공공건물 신축은 열악한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그동안 각 읍면에 게이트볼장이 조성됐지만 최근 수년 사이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조성된 게이트볼장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9년 준공된 영암여중·고 인근 전천후게이트볼장만 보더라도 무려 34억원이 투입됐지만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 수년 만에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또 각 읍면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일환으로 들어선 건물들도 사업 취지에 맞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활용을 못하고 있는 곳이 태반인 점을 감안하면 애초 사업계획이 잘못된 것이다.
사정은 이러한데도 시설 유지를 위한 관리비는 해마다 불어나는 실정이고 보면 날로 늘어나는 공공건물은 머지않은 장래에 농촌의 빈집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도비 확보를 통해 지역을 살리는 공모사업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보다 신중한 사업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