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가

2024-12-27     영암신문

쌀값이 내려가면 국가 재정으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가격을 보장하는 ‘양곡법 개정안’이 또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번번히 거부되면서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엄동설한에 광주전남 농민단체들이 농기계를 몰고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트랙터 상경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농업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며 기후변화와 환경위기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다. 농민 생존권 보호를 위해 최저생산비는 보장돼야 한다. 윤석열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양곡법 개정안을 포함한 농업 4법의 거부권 행사는 농민 생존권과 농업정책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특히 쌀 소비 급감으로 농도인 전남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쌀 소비 감소에 대비해 재배면적을 꾸준히 줄였지만 전남은 아직도 14만9천878㏊에서 연간 74만 톤을 생산해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올들어 80㎏들이 한 가마 가격이 17만 원대까지 추락하면서 농업 붕괴에 대한 광주전남 농업인들의 위기의식이 극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쌀 생산비는 매년 상승한 반면 폭염과 가뭄·태풍 등 잇단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 여건은 해마다 악화되면서 전남 쌀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쌀농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해마다 늘어나면서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쌀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에너지의 원천이자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 거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농촌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쌀값 폭락 등으로 농민의 소득이 어떻게 되든 안중에도 없다는 선언에 다름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농업인의 눈물과 희생이 함께하고 있다. 쌀과 같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국민의 생활과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품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이 늘고 성장을 해도 저가 농산물 정책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농업은 다른 산업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미국, 유럽,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은 소득지원, 시장개입 등을 통해 농민과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제대로 된 소득 보전도 없이 농업을 시장에 맡기겠다고 한다. 결국, 농업·농촌의 홀대가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