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묘전제 참배 답사기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면서 특히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근무할 때면, 묘전제에 대한 해설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그 현장을 가보지 못한 채 해설하는 것이 늘 아쉽고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올해는 해설협회에서 내가 바라던 대로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현장을 직접 보고 느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새벽 0시, 알람 소리에 일어나 미리 준비해둔 가방을 챙겨 아내의 차에 몸을 실었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고, 집결지인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가 버스에 탑승한 상태였다.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제일 늦게 도착한 탓에 다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일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모두에게 급했던 것 같다.
여정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며 시작되었다. 비 오는 날씨 탓에 행동에 제약이 따랐지만, 공항에서 곧바로 버스를 타고 나라로 이동해 일본 역사와 전통이 녹아있는 법륭사(호류지)를 방문했다.
법륭사는 일본 불교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7세기에 건립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일본 아스카 시대를 상징하는 이 사찰은 쇼토쿠 태자가 건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백제에서 기술자와 건축 자재를 들여와 세운 곳으로, 한국과 일본 간 오랜 역사적 교류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이튿날, 화창한 날씨 속에 왕인박사 묘전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소박한 규모와 한적한 시골 분위기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을 안겨주었다.
왕인박사의 묘전제는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서 열렸다. 히라카타는 왕인박사가 일본에 정착한 곳으로, 그의 업적을 기리며 한국과 일본 간의 우호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고 한다. 묘전제는 전통 방식의 제례 의식과 문화 공연으로 구성됐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를 함께 선보이는 교류 행사로도 유명하지만, 올해 행사는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우리 해설사들의 단체 참배가 일본어로 소개되는 시간이 있었던 점에서 위안을 삼았다. 이제 묘전제에 대한 해설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왕인박사(王仁博士)는 백제의 학자로, 일본에 한자와 유교 경전을 전파한 인물로 전해진다. 일본서기에 기록된 그는 일본 학문과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왕인박사 묘전제가 거행되고 있다.
다만, 참여자가 적어 다소 아쉬웠다. 영암의 왕인문화축제와는 달리 현지 일본인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이 들었다.
오후에는 시텐노지 ‘왔소 축제’에 참석했다. 이 축제는 일본과 외국 문화가 융합된 역사적 교류를 재현하는 행사다. ‘왔소’(Wasso)는 고대 일본어로 “환영하다”는 뜻으로, 다양한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일본에 전파된 외국 문화를 기리는 축제다.
조금 늦게 도착해 전체 행사를 관람하진 못했지만, 축제의 생생한 현장을 보고 일본이 고대부터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였음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교토에서 시작되었다. 교토는 일본 전통문화의 본고장으로, 과거 일본의 수도였던 만큼 전통 사찰과 신사들이 많았다.
특히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절벽 위에 위치해 탁 트인 경치를 자랑하는 유명한 사찰이다. 과거 20년 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에서 한국 도갑사 금당의 ‘관음32응신도’의 진본이 보관되어 있다는 지은원에 관심이 생겼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급히 길을 나섰지만, 언어 장벽과 시간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결국,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지은원을 찾아갔으나 ‘관음32응신도’의 진본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이는 다음 방문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하며 발전해 왔는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오사카, 나라, 교토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매 순간 새로움을 느꼈다.
이처럼 역사적 유대와 문화적 다양성을 체험하는 답사가 매년 한 차례씩 이루어진다면, 해설사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과의 역사적 흔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암군의 문화관광 해설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이번 답사는 이 말을 실감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