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수, 환상 속의 그대가 있다”

2024-11-29     영암신문
익명의 독자

중국의 고사 중 ‘화사첨족(畫蛇添足)’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뱀을 그리는데 다리를 더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행동이나 과도한 변화를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영암군의 2025년 조직개편 소식을 들으며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영암군은 2022년 10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인구청년과, 스포츠산업과, 농식품유통과 등 3개 과와 13개 팀을 신설하며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2023년 11월에는 기획행정국, 문화복지국, 농업경제건설국 등 3개 국을 신설하는 개편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이은 개편은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5년 새롭게 만들어지는 실과의 명칭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홍보전략실’, ‘농업경제국’, ‘통합돌봄추진단’과 같은 이름들은 그 역할과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명칭 변경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군민들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공무원들조차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특히 ‘홍보전략실’은 영암군을 홍보하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한두 팀으로도 충분히 수행 가능한 업무를 ‘실’로 격상한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이 조직이 과연 영암군민을 위한 기구인지, 아니면 국회의원 진출을 노리는 군수의 정치적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의심을 낳는다. 더구나 이 명칭은 7~80년대를 떠올리게 하며 시대착오적인 느낌까지 준다.

더 큰 문제는 영암군의 현실적인 여건이다. 우리 군은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로 인해 재정 여건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조직을 확대하고, 새로운 고위직 공무원을 늘리는 방식의 개편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늘어나는 부서와 책임자만큼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행정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 인력과 예산이 상층부에서 더 많이 소모될 것인지 군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2025년 개편안이 정말 군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면, 그 목적과 기대 효과를 군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영암군의 조직개편은 변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10년을 내다보지 못할 망정, 짧은 군수 임기라도 재삼고려(再三考慮)하여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조직 개편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된다면, 이는 군수가 만든 ‘환상의 정책’일 뿐이며, 현실적으로는 군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과연 영암군수는 현실을 직시하며 군민을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환상 속에서 허울 좋은 성과를 꿈꾸는 것인가? 조직 개편이 군민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없다면, 이는 단지 외형적 변화에 불과하며, 행정 실패로 기록될 뿐이다.

영암군수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군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과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군민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환상 속에서 자족하기보다는, 군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결과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군수는 ‘환상 속의 그대’인가.

끝으로, 영암군수의 조직 개편은 그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명칭이 무엇이든, ‘과’라는 체계에서도 충분히 효과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홍보전략실’과 같은 조직의 격상은 군민의 실질적 필요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단체장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일 여지가 크다. 이는 행정 개편이 군민을 위한 변화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그녀의 꿈’으로 움직이고 있고, 영암군은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암군 자체가 그의 ‘전략’이 되고 있는 듯하다. 군민들이 체감하는 행정 혁신보다는, 특정 정치적 비전을 위해 조직 개편이 추진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군민들이 조직 개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행정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 조직 개편은 군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가 군수의 개인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해석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영암군수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군민의 꿈과 필요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조직 개편은 군민들에게 또 다른 피로와 실망만을 안기는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