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인 묘전제를 다녀와서

2024-11-15     영암신문
현의송/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연주현씨 전국 대종회장

영암에서 태어나 객지에서 살아온 나에게 영암군의 소중한 혈세로 일본 왕인 묘전제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져 먼저, 감사를 드린다.

일본 히라카타시(枚方)는 오사카(大阪) 부(府)의 북쪽에 위치하고 백제 왕족 선광왕의 신주를 모신 백제왕 신사가 있다. 간사이 외국어대학교 등 6개 대학이 위치하는 인구 40만 명으로 풍부한 문화와 교육 스포츠 등으로 유명하다. 영암군과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하고 있고, 중국 상하이시와도 교류하고 있다. 

일정 중 오사카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부모와 어린이들이 자유스럽게 그림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감동을 주었다. 꼬마 시절부터 책과 친밀해지는 습관을 길러주었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국민 모두가 독서열이 높은 선진국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린이 전용도서관이 전국에 4개 도시에 설립돼 있고 앞으로 2개 지역에 증설할 계획이라 한다.

이러한 어린이 도서관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곳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고 바로 안도다다오(安藤忠雄)라는 권투선수 출신의 유명한 건축설계사 민간인이다. 안도다다오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이며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그는 건물을 완성한 후 주변의 환경정비는 물론 환경 재생운동도 함께 한다. 도시환경을 위해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숲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력이 바로 이것이고 무시할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다. 일본인의 독서율이 높은 것도 바로 어린이 시절부터 책과 친밀감을 심어준 결과라 한다. 

교토(京都)에 있는 한자박물관(漢字博物館)도 인상 깊게 견학했다. 2016년 개관해서 초등생부터 성인까지 한자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한자의 신비성과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서 일본의 한자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일본은 한국을 통해 전해온 한자를 변용 발전시켜서 독자의 문자문화를 창조한 셈이다. 한자의 탄생, 성립배경과 특징 등을 체험을 통해 한자를 접하고 공부해서 즐길 수 있도록 설립된 박물관이다. 

1층에는 기요미즈절의 주지가 쓴 한문을 전시해서 그 해의 상징성을 표현한다. 즉 조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서 한자의 깊은 매력을 발견하도록 한다. 전시장 벽에는 길이 30m에 이르는 한자의 역사적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한자 5만자 탑’도 유명하고 한자가 써 있는 초밥도 시식할 수 있다. 45종 색의 판넬을 전시하고 관광객이 좋아하는 색을 누르면 그 색과 관련한 해설이나 칼럼을 읽을 수도 있다. 매년 연초에 그해를 상징하는 한자 한 글자를 발표하고 대형 글자를 입구에 전시한다. 

우리 한민족의 선조인 왕인박사가 일본에 천자문을 전달해 주었다고 자랑은 하면서도 전 국민에게 한자의 중요성과 역사적 사실을 지도해주는 문화시설은 우리에게 아직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개선할 점은 한국과 일본의 국가 간 공식행사에 가이드가 통역을 맡아 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국가 간 주요 행사는 전문통역인을 배치하여 격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40년간 농협에 근무하면서 국가의 훈장도 거절했었다. 그러나 별다른 공적도 없으나 왕인상은 고향의 선조님이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영광스런 마음으로 수령했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현직이 아니고 출향인 임에도 왕인상을 받은 영광을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묘전제 행사에 왕인상 수상자의 자리는 없었다. 80이 넘은 늙은이 두 명의 왕인상 수상자는 군민이 주었음에도 좌석 배치를 소홀히 한 것은 일본인들에게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인박사를 추모하는 행사에 ‘왕인’으로 선정된 사람이 주인공은 못되더라도 그에 합당한 예우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드리는 충언이다. 

이처럼 솔직한 나의 심정을 표현한 것은 영암에서 태어났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라고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살아있는 동안 고향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