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참배’ 곧바로 혁신해야

2024-10-25     영암신문

영암군이 해마다 11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왕인박사 묘전제’ 행사에 올해도 3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절단을 3박 4일 일정으로 파견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외유성 참배’라는 비판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논란의 핵심이다.

영암군 사절단은 히라카타시와 1998년 우호 교류가 시작된 이후 20년 넘게 왕인 묘전제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도 이에 따른 해외여비 4천8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번 사절단에는 부군수를 단장으로 의원수행 등 공무원 14명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또 군의원 3명, 왕인박사현창협회 4명, 왕인상 수상자 2명, 고교생 4명, 문화원장 및 혁신위원회 관계자 3명, 여행사 직원 2명 등 모두 33명으로 꾸려졌다. 군의원과 왕인박사현창협회 회원은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묘전제에 참석하는 두 시간여의 기념행사를 위해 해마다 사절단 인원을 무려 30명 넘게 꾸리고, 일정을 3박 4일씩이나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왕인문화축제 때 ‘춘향대제’ 참석을 위해 영암을 방문하는 히라카타시 관계자 3~5명 정도가 참배만 하고 돌아가는 하루 이틀 정도의 일정과는 사뭇 대조적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전남에서는 벼멸구 발생 면적이 크게 늘어 정부에서는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쌀값은 물론 소값이 크게 폭락해 우리 농업인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큰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게다가 2년째 정부의 교부금 축소로 농업보조금이 대폭 축소돼 농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십년 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본 사절단 파견은 참배를 명분으로 외유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 오는 11월 3일 오전 10시~12시 왕인 묘전제 행사를 제외하고 오사카 왓소축제, 꽃박람회 기념공원, 교토 한자 뮤지엄, 죽림대나무숲, 백제사터 등 대부분 관광일정으로 짜여 있다.

영암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사카시 왓소축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문화시설의 테마 견학에도 나설 예정이라 에둘러 표현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일회성 관광으로 비쳐질 뿐이다.

그동안 역대 군수들이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측근들을 민간인 사절단에 포함시켜 ‘보은성 여행’으로 챙겨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선 8기 우승희 군수는 취임 일성으로 ‘혁신 영암’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교부금 축소로 작년과 올해 1천억 가량 펑크 난 영암군은 지난해부터 농업보조금 축소 등 세출예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금까지 농민단체와 불편한 탓도 이 때문이다.

영암군은 그동안 전례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왕인박사 일본 묘전제 행사도 올부터 대폭 축소하는 등 혁신에 바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