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비만 8억 대”…‘월출산 국립공원 박람회’ 혈세 낭비 논란

조직위원회도 없이 형식적 자문위원 구성 TF팀 직원 고작 1명 배치…졸속행사 우려 관광 인프라도 부족, 농번기 주민들 무관심

2024-10-25     신준열 기자

영암군이 8억여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2024 월출산 국립공원 박람회’를 두고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첫 박람회이자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군과 의회가 엇박자를 내면서 준비 부족으로 인한 졸속 행사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우승희 군수의 공약 중 하나로, 영암을 국립공원 중심의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초 박람회 추진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고,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협력하며 준비가 시작되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당초 군은 박람회 준비를 영암문화재단에 위탁하여 추진하려 했으나 군의회가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할 일을 재단에 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영암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각종 행사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일각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 같은 견해차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직위원회(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대신에 급조된 자문위원 10명이 위촉되고 군에선 TF팀이 가동됐다.

하지만, 자문위원의 경우 영암문화재단과 월출산 국립공원사무소 직원 4명을 포함 박람회 행사와는 다소 관계가 먼 인사들로 구성된 형식적인 조직인데다 군청 TF팀 또한 팀장 한 명이 실무를 맡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관광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은 한옥 숙박시설과 기찬휴양림 등 영암관내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할 예정이지만,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먹거리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부 군민들은 이번 박람회가 영암보다 주변 지자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총 7억8천3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이번 박람회는 국·도비 지원도 없는 전액 군비로 치러져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형편에 박람회 성격상 부수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영암군은 전남지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방세나 지방교부세 같은 세입이 감소하거나 대규모 재난‧재해가 발생하는 등 재정 상황이 어려울 때 비상금 성격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마저 소진한 것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한 주민은 “요즘 농촌에선 한창 바쁜 농사철인데 무슨 축제행사가 그리 많은 지 헷갈릴 정도이고 지역 주민들은 관심조차 없다”면서 “행사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박람회가 혈세만 낭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월출산 국립공원 박람회는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종합운동장 일원에서 열린다. 

전국 23개 국립공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국립공원 전시관 △23개 국립공원 홍보·체험부스 △명품마을 특산품 판매 △국립공원 안전교실 △이동식 탐방안내소 △국립공원 굿즈 판매 등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국립공원이 준비한 전시 및 홍보 체험존을 통해 방문객들이 VR 체험으로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가상 탐험하거나, 친환경 고체 샴푸 만들기 등 자연 보호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활동이 제공된다. 또한 ‘월출산 스카이벌룬’을 통해 하늘에서 월출산과 영암 들녘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도 마련된다. 이 외에도 월출산 달빛뮤직 페스티벌, 제56회 대통령기 전국 등산대회, 전라남도 산악연맹 회장기 생활체육 등산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국립공원의 보전 방안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 세미나도 함께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