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인 묘전제’ 사절단, 해마다 군민혈세 ‘펑펑’

쌀·소값 폭락, 대봉감 농사 시름 속에 ‘외유성 참배’ 여론 올해도 사절단 30여 명, 3박 4일 일정에 5천여만 원 사용 일본선 왕인축제 때 5명 내외 이틀 방문, 영암군과 대조적 기념행사 고작 2시간…나머지 관광일정, 수십 년간 ‘반복’

2024-10-18     신준열 기자
사진은 2023년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단 모습 

영암군이 해마다 11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왕인박사 묘전제’ 행사에 참배단을 구성, 사절단을 파견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3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외유성 참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고온건조한 기상 조건이 지속되면서 벼멸구 발생 면적이 크게 늘어난데다 쌀값 및 소값 폭락으로 농업인들에게 큰 시름을 안겨주고 정부의 교부금 축소로 농업보조금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참배를 명분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영암군은 오는 11월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히라카타시(枚方)에서 개최되는 ‘제41회 왕인박사 묘전제’ 행사에 군의원, 왕인박사현창협회 관계자, 공무원 등 모두 33명의 사절단을 꾸렸다.

영암군 사절단은 히라카타시와 1998년 우호 교류가 시작된 이후 20년 넘게 왕인 묘전제에 참가하고 있으며, 올해도 국내 및 해외여비 4천8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묘전제에 참석하는 두 시간여의 기념행사를 위해 해마다 사절단 인원을 무려 30명 넘게 꾸리고, 일정을 3박 4일씩이나 잡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왕인문화축제 때 영암을 방문하는 히라카타시 관계자 등 5명 내외의 일본 사절단이 영암에 이틀 정도 머무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영암군은 이번 사절단에 부군수를 단장으로 의원수행 등 공무원 14명을 포함, 군의원 3명, 왕인박사현창협회 4명, 왕인상 수상자 2명, 고교생 4명, 문화원장 및 혁신위원회 관계자 3명, 여행사 직원 2명 등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군수들이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측근들의 ‘보은성 여행’을 공공연하게 해왔는데 ‘혁신’을 표방하고 나선 현 군수마저 여전히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 했다.

특히 방문일정 4일 중 3일째인 오는 11월 3일 오전 10시~12시 왕인 묘전제 행사를 제외하고 오사카 왔소축제, 꽃박람회 기념공원, 교토 한자 뮤지엄, 죽림대나무숲, 백제사터 등 테마 견학(공무원)을 포함해 대부분 관광일정으로 짜여 있다.

영암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쌀값과 한우값 폭락으로 농민들은 갈수록 허리가 휘는데 영암군은 예산이 없다며 농업보조금은 줄이면서 해마다 일본 왕인 묘전제 행사에 3박 4일 동안 30명씩이나 몰려다니면서 일회성 관광에 수십 년간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군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주민은 “소멸위기에 있는 우리 농촌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면서 “기왕에 하는 행사라면 올해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도입된 ‘고향납세제’인 만큼 현지의 성공 사례를 답사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도모하는 데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41회를 맞는 왕인박사 일본 묘전제 행사는 지난 1984년부터 매년 11월 3일 오사카부 히라카타 시내 왕인묘에서 일한친선협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 1998년부터는 영암군과 우호교류가 시작돼 영암군 사절단이 히라카타시에서 열리는 왕인 묘전제에 참가하고, 히라카타시 사절단은 영암에서 열리는 왕인박사 춘향대제에 참석하는 등 상호교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