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앞둔 들녘에 농업인들의 한숨만
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고온건조한 기상 조건이 지속되면서 벼멸구 발생 면적이 평년보다 1.7배가 많이 발생하여 농업인들에게 또 다른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기후위기 여파로 올해 7~9월 평균기온이 27.2℃로 평년 대비 2.8℃ 높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자 벼멸구 세대 주기가 단축됐고, 최근 발생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수확을 앞두고 급속히 번지고 있는 벼멸구는 벼의 생육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수확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해충이어서 빠른 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피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도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벼멸구마저 극성을 부리는 농촌들녘은 농업인들의 한숨으로 가득하다.
전국 쌀 생산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농도 전남은 많은 생산량 탓에 타 지역에 비해 가격이 낮아 농민들은 물론 지역농협까지도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올해 한우 값은 공급 과잉과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농가들은 마리당 최고 400만 원까지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농도 전남의 경우 소 값 폭락이 장기화되고 쌀값이 더 추락한다면 농가소득은 쪼그라들고 농촌경제 위축을 불러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만 정부 대책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영암군이 ‘벼멸구 긴급 공동방제 지원사업’으로 ha당 일반벼 재배지는 3만 원, 친환경벼 재배지는 5만 원의 방제비 지원에 나서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계속되는 쌀값 하락에 지역공동체 차원의 ‘영암군민협의체’ 출범 또한 고무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른바, 쌀값 하락 대응 군민협의체는 지역의 주요 현안인 쌀값 하락문제에 대해 지역사회 전반의 이해를 넓히고, 그 해법을 영암지역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재 직면한 쌀값 하락문제에 대해 행정과 의회, 농업인단체, 사회단체, 지역농협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쪼록,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지금의 농촌 현실을 정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또는 농업인들 스스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