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앞둔 들녘에 벼멸구 확산 ‘비상’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 예년보다 1.7배 많아 영암군, ha당 3~5만 원 지원 긴급방제 나서 정부, 재해인정×, 농가 희망물량 전량 매입
올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고온건조한 기상 조건이 지속되면서 벼멸구 발생 면적이 평년(3천876ha)보다 1.7배가 넘을 것으로 예측돼 벼멸구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벼멸구는 6~7월 중국에서 유입돼 벼 포기 아래에 서식, 벼 출수 이후(8~9월) 볏대의 중간 부분에서 즙액을 먹어 고사시키는 피해를 주는 것으로 현재 전남, 전북과 경남 등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 여파로 올해 7~9월 평균기온이 27.2℃로 평년 대비 2.8℃ 높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자 벼멸구 세대 주기가 단축됐고, 최근 발생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제에 소홀했거나 비료를 많이 준 곳, 축사 인근 등 초기 밀도를 낮추지 못한 논을 중심으로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벼멸구는 벼의 생육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수확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해충이어서 빠른 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영암군은 이달 19일부터 ‘벼멸구 긴급 공동방제 지원사업’으로 ha당 최대 5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급속 확산 추세인 벼멸구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 ha당 일반벼 재배지는 3만 원, 친환경벼 재배지는 5만 원의 방제비 지원에 나선 것.
우승희 군수는 이에 앞서 추석 연휴 기간인 16일 금정면 월평마을 등지에서 군의회, 지역농협, 농민 등과 ‘벼멸구 피해 예방 및 확산 최소화 긴급 현장 대책회의’를 갖고 긴급 공동방제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영암군은 일반과 친환경으로 나눠 벼 재배방식에 맞게 작물보호제와 유기농업 자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벼멸구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친환경벼 재배 농업인에게는 유기농업 자재에 공시된 방제제를 지원해 친환경 인증은 유지하면서 벼멸구를 방제하게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벼멸구 확산 방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방제 후에도 예찰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전남도는 지속적인 폭염으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와 인삼 잎·줄기 마름(고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인삼 잎·줄기가 말라 죽는 피해는 영암 68ha, 해남 42ha, 나주 19ha, 영광 5.7ha 순으로 전남에 총 135ha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벼멸구 발생 면적이 2만6000㏊로 피해 면적이 넓은 만큼 공공비축미와 별도로 피해 벼의 농가 희망 물량을 전량 매입해 농가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농업기술원, 농협전남본부와 공동으로 농약 안정적 공급, 방제 지도, 약제 구입비 지원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달 22일까지 5일간을 긴급방제 기간으로 정하고 벼멸구 방제비 32억 원(도 6억1천만 원·시·군비 25억9천만 원)을 지원한다.
이달 22일 현재 도내 벼멸구 피해는 1만9천603ha로, 전체 벼 재배면적 14만8천ha의 13.3%에 달한다. 시군별로 고흥 2천667ha, 해남 2천554ha, 보성 1천988ha, 장흥 1천776ha, 무안 1천500ha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