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골, 조속히 걷어 내야

2024-06-14     문배근 기자

갈등의 골, 조속히 걷어 내야

‘김창조 가야금산조’ 계승사업을 둘러싼 영암군과 전수자 양승희 씨의 갈등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사법당국에 영암군을 상대로 ‘인간문화재 국가중요사무 업무방해’로 고소한 양 씨는 영암에서 가야금산조가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창시자를 밝히고 가야금산조를 복원해 영암이 가야금산조의 본향(本鄕)임을 선포한 자신의 노력에서 시작된 것임에도 경연대회와 전승 교육이 중단되고 최근에는 가야금산조기념관에 마련된 자신의 명예 관장실마저 폐쇄되면서 사실상 쫓겨난 신세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양 씨는 영암 가야금산조의 종가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서 인정한 산조 창시자 김창조-김죽파-양승희 계보로, 인간문화재인 자신에 의해서만 전형(典型)의 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사)한국전통문화연구회 영암지부(지부장 정선옥)가 각종 행사와 교육에 참여,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자신의 아성이 위협받게 되자 양 씨가 영암군을 상대로 사법당국에 고소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양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영암군은 그동안 십 수년간 많은 예산을 들여 경연대회와 전수교육 등 김창조 가야금산조 계승작업이 이뤄졌지만, 군민들과의 공감대 부족과 예산투입에 대한 효과 부분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가야금산조 음악의 여러 유파가 있는 만큼 어느 한 특정인 보다는 다수의 국악인들이 함께 참여하여 군민의 혈세가 좀 더 효율적으로 투입되도록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창조 가야금산조는 양 씨의 주장대로 그가 창시자를 처음 밝혀내고 원형을 복원해 냄으로써 ‘김창조 가야금산조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세상에 알린 독보적인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그에게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병창 및 가야금산조 보유자)라는 어쩌면 예술인으로서는 최고의 명예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인간문화재’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가야금산조 음악의 전승교육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전승·보전사업을 주도하라는 것이지 그 누구도 영역을 침범해선 안된다는 기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생의 길 찾아야

이번 사태는 그동안 영암군과 양 씨의 누적돼온 불만이 터진 것으로, 양측의 갈등은 결국 군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조속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 영암군은 그동안 김창조 가야금산조 전승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행정은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가야금산조의 산실로서 양 씨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결코 배제해선 안 될 일이다. 반면에, 양 씨는 이 같은 사태까지 왜 이르게 됐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가야금산조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의 골만 키우는 행위는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갈 뿐이다.         

지금 세계는 ‘K팝’, ‘K드라마’로 대표되던 한류 열풍에 국악과 전통춤 등 ‘전통’ 장르들이 가세하고 있다. ‘전통’에는 각각의 지역이 지닌 고유한 삶의 노하우, 특정 산물과 관련된 기술, 문화가 녹아 있다.

 그러므로 지역 문화가 밑바탕이며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한 축으로서 전통의 가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야금산조의 본향인 영암은 훌륭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월출산기찬랜드에 사업비가 무려 200억 가까이 투입된 가야금산조 테마공원도 우리 전통 문화유산의 계승발전을 위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당초의 목적대로 십분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치고는 단순히 전시관에 머물러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영암군과 양 씨의 갈등은 군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마침, 한국의 트로트 열풍 속에 군 단위에선 보기 드문 ‘트로트가요센터’가 2019년 기찬랜드 에 문을 열었다. 여기에도 사업비가 총 105억 원이 소요됐지만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가야금산조기념관이 트로트가요센터와 함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공연장으로 거듭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개체로 거듭나길 기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