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발견하고, 영암군 복지가 구했다”
영암군, 지역사회 복지자원 연계 복지사각지대 1인 가구 위기 해소
“빵과 우유 좀 사달라.”
12일 삼호읍에 사는 A씨는 친구에게 빵과 우유를 사달라고 전화했다. 곧바로 A씨의 원룸을 찾은 친구는 옛 직장 동료의 건강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오랜만에 보는 A씨는 덥수룩한 수염이 뒤덮인 얼굴로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해 배고프다고 했다.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몇 마디 말을 하기도 힘에 부치다며, 심한 어지럼증까지 호소했다. 친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음날인 13일 오전 10시, 영암군 희망복지팀에 도움을 청했다. 희망복지팀은 즉시 위기 가구에 대응하는 영암군 맞춤형 복지시스템을 가동했다.
원룸에서 가장 가까운 삼호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공무원들이 A씨 집을 방문한 것은 1시간 뒤였다. A씨는 습기와 곰팡이가 가득한 방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쓴 채로 공무원들을 맞았다. 3월 초 머리가 아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모아둔 돈을 다 써 생계유지가 곤란하다고 힘겹게 말했다. 10년 넘도록 가족과도 단절돼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인척도 없었고, 긴급복지지원에 필요한 예금 거래 내역도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지 공무원들은 건강 상태를 염려해 병원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A씨는 2~3일 기력을 차린 다음 가겠다고 했다. 다음을 기약한 공무원들은 지역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긴급지원을 신청하고, A씨의 건강을 살필 의료기관도 찾는 등 지역사회 자원연계에 돌입했다. 영암군 희망복지팀은 고난도 사례관리대상자로 A씨를 선정해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동시에 마을이장에게 A씨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펴줄 것을 당부하고, 삼호지구대에도 위기상황에 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2~3일 꾸준히 제공된 긴급 음식으로 기운을 차린 A씨는 15일 오전 삼호읍 공무원들과 영암한국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은 다음,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입원했다. 영암군 통합사례관리사는 A씨가 사용할 물품을 전달했다. 그날 오후에는 삼호읍 공무원들이 A씨의 원룸을 청소했다. 대불산단복합문화센터 근로자복세탁소의 도움을 받아 이불과 빨래도 세탁했다.
며칠 동안 병원 치료를 받은 A씨는 건강을 회복했다. 20일 담당의사는 영양부족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견을 냈다. 식사와 복약 관리를 위해 공무원들은 A씨의 동의를 얻어 1주일 더 입원을 결정했다. 이후 삼호읍과 희망복지팀 공직자들은 번갈아 가며 병원을 방문해 A씨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25일 퇴원한 A씨는 현재 자신의 원룸에서 머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영암군은 A씨의 입원비를 지역사회 복지자원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A씨는 긴급주거비와 생계비도 지급받기 시작했다. 영암군보건소도 가정방문으로 A씨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자칫 고독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1인 가구의 비극을 친구가 발견하고, 영암군 복지가 다가가 막을 수 있었다.
삼호읍 관계자는 “친구의 빠른 연락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았다”며 “위기를 맞는 군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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