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문화축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
‘2024 왕인문화축제’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다. 특히 올해는 영암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하여 가진 첫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을 통해 재개한 축제가 ‘인문’을 주제로 페러다임 변화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왕인의 문화교류와 전파를 중점으로 ‘인문’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녹여내어 축제의 내적·질적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왕인문화축제는 왕인박사의 천자문과 논어, 다양한 기술을 전파한 업적을 기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1992년 군서 벚꽃축제에서 출발해 1997년부터 왕인의 탄생과 업적을 기념하는 문화축제로 발전했다. 특히 왕인문화축제의 최고 볼거리는 벚나무 가로수길로 지방도 819호선을 따라 28km에 달하며 학산면 독천부터 군서면 구림마을, 영암읍 월출산 아랫길까지 이어진다. ‘100리 벚꽃길’로 불려지는 이 길은 1960년부터 조성돼 60년 수령을 자랑하는 벚나무들이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해마다 봄 벚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이 때문에 해마다 4월 초면 많은 상춘객이 영암을 방문한다. 올해는 이상기후 탓으로 벚꽃 만개 시기가 다소 늦었지만 아쉬운 대로 주말 상춘객을 맞이할 수가 있었다.
올해 열린 왕인문화축제는 축제 도시 지향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축제의 테마와 프로그램에 ‘인문’을 강조하여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행사를 기획했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상대포에서 펼쳐진 실경산수 공연 ‘월인천강’, 상대포 낙화놀이 ‘낙화유수’ 등의 야간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또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가격표 의무화와 푸드코트, 카페테리아, 푸드트럭 등 참여업체를 선별하고, 장소도 주차장 끝 한적한 장소로 옮겨 운영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영암의 대표축제인 왕인문화축제가 27년째를 맞고서도 정체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관련 콘텐츠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해 축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올해 처음 야간프로그램도 시도됐지만 과연 주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지고 있는 지역축제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나흘간 열리는 행사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3억여 원이 많은 13억여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