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2021-12-13     고운선
고운선 / 영암여자고등학교 3학년

영암여고 3학년 전교생들과 함께 떠난 마한길 답사 프로그램’. 아침에 차에 오를 때만 해도 테마파크보다 낯선 유적지라는 목적지에 큰 설렘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그런 나의 안일한 생각은 처음 마주한 쌍무덤의 거대한 크기에 의해 금방 넘치는 호기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가장 새로웠던 부분은 내가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 주신 박해현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보통 큰 무덤이라면 지역 토착 세력의 우두머리 격 인물의 무덤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교수님의 해석에 의하면 이곳에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던 왕국 형태의 국가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실제로도 이를 증명할 만한 유물이 출토되기도 하였고, 교수님은 단순히 백제 문화로 치부된 채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이 지역의 마한 문화를 밝혀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셨다. 나에게 이전까지의 역사란 기정사실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에 지나지 않았었지만, 종합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많은 가설들을 제기하며 먼 옛날의 비밀을 증명해 나가는 이 역사라는 학문이 얼마나 신비롭고 도전적인 것인지 교수님의 열정에 의해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많은 유물을 보았고, 여러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특히 무덤에서 출토되어 현재 나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옥으로 만들어진 장신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그란 보석들은 융성했던 마한 문명의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당장 걸쳐도 무색할 정도로 맑은 빛깔을 지닌 것들은 내가 이전까지 단순히 교과서로 만나봤던 마한이라는 고대 국가가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항상 짧게 스쳐 지나가버린 고대사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그 한 장면의 유산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소중한 탐방이었다. 앞으로도 고대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아직 땅 속에 묻혀있는 우리 겨레의 찬란한 문명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