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의료서비스로 소멸위기지역 극복을
오랫동안 귀향귀촌을 꿈꾸지만 막상 실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환경이다. 농산어촌 지역 대다수가 안심할만한 응급실, 소아과, 적절한 노년 클리닉을 갖추지 못 했다.
우리 영암도 2016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응급의료 취약지역이었다. 다행히 금년 4월 영암한국병원에서 24시간 응급의료서비스가 재개되었다. 8년간의 응급의료 공백 속에 있던 군민들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질 높은 의료시설을 구비한 지역만이 군민들의 이주를 막을 수 있고, 어린 자녀를 둔 젊은이들과 귀촌을 원하는 퇴직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아이들은 자주 탈이 나고, 노인은 별 것 아닌 낙상에 중상을 입거나 가벼운 감기가 급속히 폐렴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영암의 의료환경 발전 중
지난 11일, 영암한국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의 병명도 감기로 시작된 폐렴이었다. 전날 마늘을 심으신 아버지는 피곤한 기색에 잦은 기침을 하시면서도 “괜찮다. 별 것 아닌 감기다”고만 하셨다. 휴일이라 평소 다니시던 개인 내과에 갈 수도 없었다. 가까운 응급실이 없었다면, 괜찮다는 말씀만 믿고 하루 더 병세가 악화될 뻔했다. 94세 노인의 체력이란 하룻밤에도 급격히 쇠약해지게 마련이니 아찔한 일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선 영암한국병원은 깨끗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응급실만 덜렁 있던 때와 다르게 종합병원 시설이 번듯하게 갖추어져 환자 가족으로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진찰과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친 후 내과의께서는 병환이 심각하니 입원하시기를 권했다. 아버지는 처음에 통원치료를 원하셨다. 그러나 병세에 따른 입원치료의 타당성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의사 선생님의 태도에 감동하셔서 입원을 수락하셨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가 전화를 주셨다. “집 떠나 입원실에서 지낼 것을 주저했는데 밤새 간호사들이 열 번 가량 드나들면서 돌봐주어서 집보다 더 포근하고 안정되더라. 벌써 가래도 그치고 기침도 멈추어서 몸이 가벼워졌다.”
감사하고 다행한 마음이었다. 주민 생활복지의 긴급성은 역시 배고플 때 먹이고, 추울 때 입히고, 병 들었을 때 신속히 치료해주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 우리 가족도 이번에 꺼져가던 영암병원이 영암한국병원으로 변혁, 재생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최고의 의료 서비스 갖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암에는 더 질 높은 의료환경이 필요하다. 도회지에서는 점점 찾기가 어렵다는 산부인과, 애는 병원이 키운다고 농담할 정도로 역할이 큰 소아과 의료진, 고령의 자연스러운 신체적·정신적 현상에 대응하는 노인전문클리닉 등 군내 종합병원과 보건소가 어깨를 겨루며 발전하도록 유효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암한국병원 응급실 개원이후 군 예산 투입의 과도함에 대한 비난이 보도되기도 했다. 응급실 개원의 긴급성으로 인한 피치 못할 선택들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 군정의 과도기적 기회비용 지불을 지켜보며,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창의적인 대책이 무엇일까를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색해왔다. 현재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다. 경직된 관료성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지역 의료서비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지침을 상당히 얻을 수 있었다.
내년에 시작될 민선8기 군정에 인구증가는 공약 속 목표가 아니다. 우수 영업사원처럼 날마다 그래프를 확인하며 반드시 실현해야 할 필사의 성취다. 자연조건은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외부 평가를 받는 영암이다. 귀향귀촌을 원하는 국민들이 주저 없이 월출산 자락의 영암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훌륭한 의료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실력 있는 의료진이 선뜻 영암을 택해 의술을 펼칠 조건도 마련해야 한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는 영암군이 소멸위기지역에서 벗어나는 날을 앞당겨줄 것이다. 젊은이는 젊기 때문에, 노인은 노인이기 때문에 그 건강과 삶이 소중하다.